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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Sep 06. 2016

어떤 외로움이 널 미치게 해?

초 조각하기.

3주 (정도) 취미가 생겼어요.

초 조각하기.

이 곳에 와서 향초를 켜는 게 좋졌어요.

이유인즉,

일을 하고 오면 집을 공유하는 분들이 계속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기에

방에 냄새가 고여요.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바로 향초를 켜요.


전에 쓰던 같은 브랜드 향초를 샀는데......

분명 점원이 이거 맞댔는데....... 안 들 어 감.


초를 열심히 조각 중입니다.

향은 참 좋아요. 아- 빨리 켜고 싶다 ㅠㅠ


초가

그냥 병 크기네요. 분명 병 있다고, 초만 산댔는데.

두 번째 손가락으로 요거 요거 요렇게 조렇게 할 거라고.......

못 알아들은 영어는 없었는데 분명;;


점원이 제 말을 못 알아들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초가 병만한 걸로-



오늘도 일을 하고 돌아왔어요.


같이 일하는 수상한 그녀는 가게 앞 정육점에 흠모하던 젊은이가 말도 없이 일을 그만둬 속상해했고,

전 그 정육점에 일하는 젊은이들이 10대들이라 놀랐고,


저녁 9시 51분, 옆 방 분은 열렬히 통화 중이십니다.

-누군가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시는 것 같은데 R은 치아 뒤쪽 입천장 중간에서 발음하고 L은 윗니 바로 뒤에서  발음한다는 설명, 괜히 Red를 따라 해 보네요. 소심하게;;


기분이 별로예요.


좋아하는 일을 세 개나 했어요.

-향초 켜기.

-요리하기.

-바디로션 바르기.


스트레칭까지 잘 마쳤는데 기분이 개운치가 않아요.


낮에 집으로 돌아오며 있었던 일 때문이에요.

집 바로 옆에 Woolworth라고 마트가 있어요.

요리를 하기 위해 마늘에 쳐벅쳐벅한 새우를 사서 오는 길에 스시샵 아저씨께서 인사를 하더군요.

앞 면이 있는 사이라 Greeting의 여왕이 되기로 한 마음가짐대로 인사-


헌대 아저씨의 상태가 좀 이상했어요.

마치,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요즘 뭐하고 지내냐기에 스시가게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 중이었어요.


이야기 도중 갑자기 인상을 쓰며 뒤에 소리를 지르더군요.

"시끄러!!"

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꽤 예민하시더라고요. 괜히 뒷 문을 치면서 화났단 표현까지 하시더니

다시 저에게 웃으며 말을 이었어요;;


뒤에 있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황당한 표정으로 지나가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주인댁에 여쭸더니,

그분 상태가 좋지 않은지 오래되었노라-


"아마 넌 이해하기 힘들 거야."

"왜요??"

"이 곳에 오래 살다 보면 외로움과 향수병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어."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여기선 독해져야 해. 가족이 보고 싶지 않다, 난 혼자다, 난 외롭지 않다, 난 괜찮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외로워졌어요.


-난,

-난,

독해 지기 위해 외우는 주술에서 상기되는

끊임없는 "나"


외로움과 마주할 깡다구-

"나"

"난"


아마 젊은 나이가 아니니 학교나 학원을 다니기도 힘들 테고, 애들처럼 일을 하다 친해지기도 힘들고.,


마음이 "난""해" 하네요.


"너도 그런 기운이 좀 있어-"

라는 끝멘트는 그 어떤 호러물보다 무섭네요.


솔직히 전 한국과 브리즈번의 삶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일을 안 하는 시간 대부분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사람 구경을 하거나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슬슬 가족들로부터

미래 계획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네요.


'늦은 나이니 한 번의 실수라도 너의 삶을 더 초라하고, 빈곤하게 만들 거야.'

아-

맞는 말이네요.

워홀을 하면서 가족들 몰래 각종 공모전에 도전하리라는 다짐과

협박 같은 미래 설계를 동시에 해낼 수 있을는지.


외로움보다 무섭다는 스트레스-

다음 주부턴 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이번 주엔

방안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야 합니다.


이따만한 과자 1봉지랑

웨하스 같은 이따만한 비스킷 한 통이랑

귤 하나랑

초코 빠앙 5개

핫초코 10봉

티라미수 빠앙1개


살 안 빠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근데 무지 행복하네요.









이곳의 평화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도 다른 이들보다 뭘 안 하고 사는 것 같다며

매일 더 열심히 살자고 외치는 한국에겐

큰 외로움 일지 몰라요.


여유라기 보단 무거운 침묵,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죄책감.


친구에게 카톡을 했어요.

호주 사람들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정말 매일을 열심히만 사는 것 같노라.


그러니

혹시라도

오늘도 뭔가 열심히 살지 않은 것 같다란 말을 하지 말라고.

넌 오늘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사실 저 역시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을 하고 겨우 한 끼를 챙겨 먹었으면서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말했거든요.


저부터 고치라네요, 친구님이.


아, 무섭다.



한국인에게 스며드는 호주의 여유란 기운-

상극이네요.

바쁨에 익숙한 한국인

여유가 익숙한 호주인

그 사이

난 '반투명 인간'같아요.


이러면 좀 멋진 끝멘튼가?

잠 오는데 빨래를 안 갰네요.ㅠㅠ

아이씽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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