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와서 깨닫는 것,. 아끼는 상자
아끼는 상자에 날 담아두려는 건지,
날 아껴서 상자에 구겨 넣으려는 건지.
이 곳에 와서 깨닫는 한 가진,
나의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한국이어서,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이라서가 아니란 것이다.
브리즈번은 분명 다정한 곳이다.
많은 관광 산업으로 인해
시내는 늘 음악과 작은 축제들이 펼쳐지고,
호주인들은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한다.
줄곧
상자 안에 갇힌 삶이 지겨웠다.
어떤 프레임 앞에 가둬진 사진처럼 살아가는 게 지겨웠다.
하지만
여유를 알게 되면서
외로움을 알게 되면서
깨닫는다.
나의 문제는
불확실한 미래와 그래도 용기 내고픈 일 사이의 것이라는 걸.
땅에 심은 씨앗에 울타리를 치고
상자를 씌운대도
결국
울타리든 상자든 뚫고 나올 게 뻔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안전이란 이유로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 안착시키려 한다.
하지만
홀로 만드는 미래가 아닌 이상
세상은 변화하고
나의 경험치는 진부해진다.
많은 충고 같은 협박이 오고 간다.
-삶을 망칠지도 몰라.
-가난해질 거야.
-무시당할 거야.
-이뤄질 수 없을 거야.
-허황된 거야.
꿈이 허황되더라도
무지개처럼 땅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공기 중에 투과되어 보이지만 실존하지 않더라도
그 덕분에
아픈 현실에도 상처 입을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황무지 같은 현실과
허황된 꿈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 중이다.
다시 시작하기 늦었을지도 모르거니와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지도 몰라서.
어느 쪽이든
당신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고 싶은 대로
살아보길 바란다.
꼭
한 번이라도..
'삶을 살아보길 바란다'
난 나에게
그리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