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매일 이 시간이 가장 두렵다. 혼자 남아 집을 지킬 하연이의 얼굴을 보는 게 서럽다.
거지 같은 기분이다. 더욱 거지 같은 건 이런 일에 벌써부터 익숙한 어린 동생을 보는 일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에 나도 같이 흘러내린다. 물살을 버티고 걷는 것보다는 함께 쓸려 흘려가는 것이 편하겠다 싶다.
“안녕하세요.”
“어. 보성이 왔구나. 비 많이 오지?”
“네. 좀 오네요. 아.......”
“오늘 같은 날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네. 아! 저 사장님 혹시 테이프........?”
“테이프? 테이프는 왜?”
“신발이요. 밑창이 갈라져서 자꾸 물이..........”
“참나. 야. 이번에 월급 받으면 하나 사 신어.”
“네. 이번 달까지만 신구요.”
양말이 다 젖어버렸다. 신발을 벗으려 하자 양말이 쭉정이처럼 늘어진다. 하는 수 없이 양말을 벗어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사장님이 초록색 테이프를 건넨다.
알 수 없는 눈빛이 스스로의 자격지심 탓인지 거슬리게만 느껴진다.
분명 사장님은 그런 분이 아닌걸 알면서도 말이다. 기분마저 쓰레기통으로 내 던져진다.
신발 바닥에 테이프를 바른다.
“사장님, 투명테이프는.........?”
“야. 투명테이프 발랐다간 머리 깨져. 미끄러워.”
“네.”
끝날 줄 모르는 인생의 지질함이란 매일 하나씩 창조되는 유일한 새로운 것이다.
2년째 신고 있는 신발에겐 갈라짐이 유일한 새로운 일이듯.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보다는 지금 내 상황이 낫다고 말하며 박정하게 굴고 싶지 않다. 사실 이것 역시 나의 자격지심이다.
솔직히 지금 나보다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보다 내가 비교 상대가 되어 위로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가난한 사람에겐 눈치란 게 불필요할 정도로 잘 발달해 있다.
저주받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