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달아난 엄마의 얼굴을 보자 영안실의 찬기운이 가신다.
시간이 안 간다.
속은 갑갑하다.
어쩌면
요즘처럼 1분이 1시간 같은 날이 계속된다면
이 별에서 저 별까지
보다 빨리 도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연아. 오빠 왔다.”
아무런 대답이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야! 하연아!”
아침에 먹은 밥그릇이 그대로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하연이가 배를 까고 자고 있다.
비도 오는 데 혼자 집에 있으려니 얼마나 적적했을까 싶다.
깨워서 탕수육을 먹여야 할지를 고민하다 하연이를 안아 이불 위로 옮긴다.
‘이런 씨, 그럼 그렇지. 아휴’
하연이를 들어 올리자 바닥에 온갖 기이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탕수육을 같이 나눠먹고 싶은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짜증이 난다. 밥상에 앉아 혼자서 탕수육을 먹을 준비를 한다.
“니 혼자 먹을 거가?”
‘귀신같은 가시나’
어느덧 내 등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하연이의 능력이 경이롭다.
“자는 줄 알았다.”
턱을 당기며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참나. 온나. 먹자.”
다시 고개를 들며 눈알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굴리더니 벌떡 일어나 다가온다.
“엄마는 왜 이렇게 안 와?”
“전화해 볼까?”
“응.”
탕수육의 기름진 냄새를 맡자 뱃속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부재중 전화가 23 통이나 와 있다.
하루 종일 빗속을 조심하려 신경 쓴 탓인지 전화가 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일단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간다.
“쾅쾅”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하연이에게 건네주고 현관문으로 다가선다.
“누구세요?”
“저기........”
“네? 누구세요?”
무언가 수상하다.
“오빠야! 엄마 전화 안 받는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일단 문을 열어봐야겠다. 마구잡이로 볶아 놓은 파마머리의 아줌마가 두 손을 움켜잡고 서있다.
“저기, 있잖아. 나는, 그러니까, 내가 너희 엄마 일하는 가게 주인이야.”
“아, 안녕하세요.”
“어. 아, 밥 먹는 중이었구나.”
“네. 근데 무슨 일이세요?”
“저기, 있잖아. 사고였어. 우리 조용히 끝냈으면 싶다. 그게. 오늘 비가 많이 왔잖아. 어우. 그러리까. 비가 너무 많이 왔어. 그래서 주방이 또 미끄럽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그래서. 엄마가. 넘어졌는데. 병원에 있어.”
머릿속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앰뷸런스 소리와 형의 영안실의 모습이 이어지며 지나간다.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익숙한 경험은 그때뿐이다.
생각이 확고해진다.
“그래서요? 엄마는 얼마나..........”
“어후. 어떡해. 동생은 몇 살이야?”
“엄마는요?”
“어머. 저렇게 어린데........ 넌 몇 살이랬지?”
“저기요! 엄마는요!”
“그게 아무래도 돌아가신 거 같아. 우리 잘못이긴 한데 꼭 우리 잘못만은 아니잖아. 그치?
어떻게 우리가 장례비는 내도록 할게.
이번 달 월급도 따로 챙겨줄게. 뭐, 우리가 장례비까지 낼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애들이 이렇게 어린데.”
구구절절한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하연이를 보자 쥐고 있던 젓가락을 그대로 밥상 위에 내려놓는다.
이따위 상황이 익숙한 하연이와 내가 너무 싫다.
이렇게 빨리 받아들이는 내가 싫다.
검은 옷을 찾아 입고 운동화를 신자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신발이 꿉꿉하다. 주인아주머니 차에 올라타자 김치 냄새가 가득하다.
하연이가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라온다. 영안실의 팻말이 보이자 하연이가 멈칫하며 서버린다.
그런 하연이를 그대로 두고 영안실로 들어간다.
테이프를 발랐던 신발이 걸을 때마다 떡떡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붙었다 떨어진다.
눈물이 떨어진다.
흐르는 눈물이 매번의 익숙한 감정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슬픈 것인지를 모르겠다.
숨이 달아난 엄마의 얼굴을 보자 영안실의 찬기운이 가신다.
오히려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