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슬픔을 감내해야 할 시간만 남아있을 뿐이다
엄마를 화장하고 돌아오면서도 하연이는 말이 없다.
밥 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짜증도 내지 않는다. 덩달아 나도 말이 없다. 지친다.
“시발. 이건 또 왜 이래!”
청색 테이프가 너덜거린다. 하연이가 겁먹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 하연이를 안아주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그러면 나도 울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앞만 보며 앉아 있다.
우리에겐 슬픔을 만끽할 시간이 없다.
다만 슬픔을 감내해야 할 시간들만 있을 뿐이다.
“나, 나갔다 올게.”
“오빠야........ 내 혼자 있을까?”
“응. 그냥 자고 있어.”
“응.”
갑갑하다.
이제 하연이는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고아원에 가게 될까?
‘왜 내 인생은 늘 이렇게 싸늘한 걸까?
내 인생인데 왜 내게 이리도 쌀쌀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