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

by 공백감자


이제 막 태어난

너를 보며 깨달았다


내 기억 속에

이 여린 새 같은 어린 시절이

내겐 없다는 걸


나를 재우던 어린 등

나를 씻기고 젖물리던 가는 손

나를 어르고 달래던 작은 목소리

나를 밤새워 지켜주던 벌건 눈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

젖을 먹을 수도

울음을 그칠 수도

내 몸하나 뒤집을 수도 없던

그 시절의 나는 기억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알겠다

이제 막 빛을 본 여리디 여린 너를 보니

내 곁에 등과 손과 목소리와 눈길이 있었다는 걸





나는 혼자서 잘 큰 줄 알았다.


알아서 척척 공부하고,

내 진로를 찾고,

장학금 받아 졸업하고,

취직도 빨리 하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말이다.


앞으로도 혼자서 잘 살 줄 알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일 내가 알아서 척척 하면서.


그런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고 터무니없는 오만이었다.


잠시 휴직을 하고 본가에 있을 때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조카와 지낸 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작은 아이를 처음 보았다.

아니,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았었다.

만지면 터질까 봐 손을 댈 수도, 세균이 옮을까 봐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낮동안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언니를 어떻게 두고만 보는가.

배가 고플까 젖병이라도 물리고

체할까 트림도 시키고

울다 숨넘어갈까 어르고 달래고

꿈에서 깰까 토닥여주고

심심할까 업어도 주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솜털이 뽀얀 피부로 작은 새 같이 여렸을 나는 얼마나 자주 젖병을 물었을지

부서질 듯이 가녀리지만 팔이 묵직하게 저렸을 나는 얼마나 무거웠을지

지금도 목소리가 큰데 눈치 없이 목청껏 울었을 나는 얼마나 서러웠을지


나는 내가 혼자서 잘 큰 줄 알았는데

인생 혼자서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순 없는 거였다.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

내겐 오늘도 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