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내리는 비

by 공백감자


가슴이 빗소리에 젖어 무겁다

그칠 줄 모르는 집념으로

쏟아내 버린다


산등성이에 뿌려지는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나


하늘에서 땅으로 흐르는

이 설움은 어디가 끝인가


하는 수 없다

그저 젖어오는 가슴을

달래는 수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본가 처마 아래 앉아 산등성이를 바라봤다.


잎이 우거진 나무가 언덕을 덮어 동산이 된 그곳은

마치 하늘의 비를 모두 흡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꼭, 내가 사소한 스트레스와 예민한 신경을 끌어안고 살아서 아픈 것처럼..


그날 본 비는 왜 그렇게 날카로웠을까.

누군가의 말이 내 심장을 베는 것처럼.


그 날 내리는 비는 왜 그렇게 싸늘했을까.

누군가 내게 뱉은 비웃음처럼.


하지만 이제는 알지.

비는 그저 내릴 뿐이라는 걸.


그 사람의 말과 웃음도 그저 그 사람의 일이라는 걸.


내가 어찌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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