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돈이 아니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눈을 뜨면 이불을 정리하고 찬물로 샤워를 한다. 그런 다음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8시 30분까지 글을 쓰다가 9시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업무 중에도 틈이 날 때면 글을 쓴다. 점심시간에도, 퇴근 후에도 마찬가지다. 밤 9시까지 글을 쓴 뒤 아내와 담소를 나누고, 다음 날 새벽 기상을 위해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주말도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여가 시간은 독서와 글쓰기를 2:8의 비율로 보낸다. 처음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책을 읽었었다. 그러다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세상에 '더 나은 사람'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반드시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 후로 독서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내 삶은 온통 글쓰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가끔 짧은 영상도 보거나 게임도 하지만, 머릿속은 언제나 글과 관련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내게 글쓰기는 일이며 동시에 휴식이다. 글을 쓰는 일은 어렵고 고되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나의 유일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이다. 아마 평생 풀지 못할 고민일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도, 쓰는 동안에도, 다 쓴 후에도 이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글을 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이상, 그 고민쯤은 기꺼이 감당하기로 했다.
덕분에 다른 사소한 고민들이 거의 사라졌다. 이를테면 가족 문제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 나는 글을 쓰느라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드리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어찌 보면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 나로선, 다른 것에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다.
그래도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글쓰기에 집중할수록 삶은 더 단단해져만 갔다.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삶은 마치 흙탕물이 가득한 컵에 깨끗한 물을 계속 부어 맑은 물로 바꾸는 과정과 같다. 좋아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다 보니 일상에 보다 큰 안정감이 스며들었다. 어쩌면 나는 글을 통해 삶의 균형을 되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글쓰기는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주고,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것 역시 자기 행복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가장 행복하다. 한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기에,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 나를 가장 충만하게 만드는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잠시 '나'를 잊는다. 여기서 '나를 잊는다'는 것은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글을 쓰기 전에는 잡다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괴롭다가도,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오롯이 그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들이지만, 일상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고할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
글을 쓴다고 항상 기쁜 건 아니다. 괴로운 순간이 더 많다. 원하는 대로 문장이 써지지 않을 때, 스스로의 부족함을 실감할 때. 하루 종일 글과 씨름하면서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잡생각에 휘둘리지 않는다. 마치 곱게 빚은 듯한 구름 몇 점이 수놓인 청량한 하늘처럼, 마음에 평온이 깃드는 느낌이 든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담백한 행복이랄까.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으며, 그 사랑은 무엇보다도 일이 되어야 한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균형을 되찾았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일로 하루를 채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찾은 행복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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