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행복을 부른다
행복의 조건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살면서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을 의심한다는 건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군 생활 도중 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면서 꾸준히 독서를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개념들을 하나씩 곱씹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은 그 출처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여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전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이를테면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데, 나는 단순한 규칙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성공이란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주입된 관념에 불과했고, 성공의 기준은 각자가 정의하기 나름이었다. 마찬가지로 실패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실패야말로 남다른 성장의 기회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혼돈의 대가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은 내게 전에 없던 혼돈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모든 것을 나만의 기준으로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런 작업을 틈날 때마다 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주관이라는 게 생겨나고, 내 세계관도 그만큼 확장되었다.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상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버릇도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내 생각이 아닌 생각들에 휘둘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근본 없는 생각들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생각이 많아도 내면은 혼란스러워진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주인 없는 얕은 생각들은 그 주체의 내면을 시끄럽게 만들 뿐이다.
내 생각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롯이 자기만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훨씬 더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나다운 생각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이 행복해지는 마법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와 하등 관계도 없는 생각들 때문에 불행해질 일 또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불행은 모두 생각이 연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내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생각이라고 해서 내 생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생각 자체에는 본래 의미가 없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해석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이미 쥐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하루 중 셀 수 없는 생각들을 하며 그에 쉽게 휘둘리곤 한다. 그러나 생각이 나를 지배하도록 둘 것인지, 내가 생각을 다룰 것인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심신의 평안은 생각을 어떻게 다루고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다.
내 이름은 내가 아니다. 내 팔과 다리도 나를 대변할 수는 없다. 나의 직업과 재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내 생각도 나일 수 없다. 흔히 내가 '나'라고 여기는 것은 '나'라고 믿는 것들의 총합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진실에 이르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만약 어떤 사건이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갑작스러운 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불평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즐길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차이를 만든다.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법
우리의 머릿속에는 내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생각이 떠다닌다. 생각은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스쳐 지나간다. 그것들을 일일이 부여잡고 이런저런 의미를 덧붙이며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생각에 대한 본질을 알아차리고 내 생각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게 된다면 일상에 안온한 기운이 깃든다. 살면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갈등과 불행은 생각이 초래한다. 행복은 그런 갈등과 불행이 마음을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질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생각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보다 자신다운 삶 속에서 진정한 자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삶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라보면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나'가 아닌,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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