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쓴이가 해야 할 일

by 달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사전작업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려 할수록 오히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은 글'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그저 쓰는 것뿐이다. 좋은 글이란 글쓴이의 독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저도 누군가에게는 감명 깊은 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책일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쓰려고 애쓸 시간에 더 많이 쓰는 게 낫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라면이 있어야 한다. 냄비, 물, 불, 젓가락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갖춰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라면을 끓일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만으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면, 누구나 명작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거의 매일 글을 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내 안에 '재료'를 채우는 것. 생각이 멈추면 글도 멈춘다. 글쓰기는 단순히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 안에 쌓인 것들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닥이 드러난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재료들이 소진된 것이다. 그럴 때는 다시 채워야 한다.


재료를 채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독서, 사유, 관찰, 대화, 경험. 책을 읽으면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생각이 깊어진다. 거리를 걸으며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 기존의 생각이 흔들리며 새로운 시선이 생긴다. 낯선 경험을 하면 글로 풀어낼 이야기가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이 글을 쓰기 위한 준비다.




글쓴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쓰기가 막힐 때가 있다. 의자에 앉아 쥐어짜듯 문장을 써보지만, 어딘가 허전하고 가벼운 느낌만 남는다. 필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내 안의 재료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마치 라면을 끓이려 주방으로 갔는데, 라면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글을 쓰기 위해선 내면을 부지런히 채워야 한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다.


좋은 글을 쓰는 건 운의 영역이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고, 혹은 아무 감흥 없이 지나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은 99.9% 노력의 결과다. 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 순간을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끊임없이 글감을 채우고 그 재료들을 소진하고자 하는 이유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글쓴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쓰는 것뿐이다. 그저 꾸준히 쓰는 것. 그것이 좋은 글을 향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CONNECT

달보가 쓴 책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돈아 덤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