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태양 아래 다른 마음

day 8-2

by 달보


공항에 들리기 전 마지막으로 용꽈배기에 또 들렀다. 꽈배기는 우리 부부가 자주 사 먹는 간식이긴 하지만, 한 여행에 세 번이나 같은 곳을 찾게 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맛이 뛰어났고 가격마저 착했다. 특히 포장해 차 안에서 운전하며 먹는 맛이 쏠쏠했다. 조수석에서 한입 크기로 찢어 입에 넣어주는 아내의 손길이 더해지니 그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일주일 동안 세 번을 찾아갔으니 사장님이 우리 얼굴을 기억하실 법도 했다. 처음 방문했을 땐 설탕을 묻힐지 물어보셨지만 그다음부터는 아무 말 없이 설탕을 묻혀주셨다.


"단골로 인정받은 거지."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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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근처 렌터카 업체에 도착해 차를 반납했다. 카시트는 다른 업체에서 빌린 거였는데, 차를 인수하기 전에 미리 설치해둔 것처럼 그쪽에서 알아서 수거해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리한 시스템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다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몸이 편한만큼 마음은 불편했다.


출발 두 시간을 남기고 공항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수속도 해야 하고, 검색대도 통과해야 하고, 현이 이유식도 먹여야 하고, 면세점도 들러야 했지만, 그쯤이야 거뜬하다는 여유가 생겼다. 곧 집에 간다는 사실이 마음의 평수를 잠시나마 넓혀준 듯했다.


언제나 그렇듯 현이는 공항에서도 순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가 한 번도 울지 않고 품에 얌전히 안겨 있었다. 지나가는 어른이 웃으면 따라 웃고, 면세점에 붙은 여자 모델 포스터를 보고 헤벌쭉 웃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작은 얼굴에 피어나는 맑은 웃음이 마음을 살며시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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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행기를 전후로 연착 소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탑승 게이트도 바뀌며 대기실은 어수선했다. 다행히 우리는 정시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최고조에 이르렀기에 연착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도 출발할 때 잠들었다가 도착할 때 깼다. 아내가 절묘한 타이밍에 수유해준 덕도 컸다. 앞뒤 좌석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잠든 현이가 고맙고 대견했다.


드디어 도착한 대구공항. 제주도에서 렌트한 차보다 연식은 오래됐지만 우리 차는 훨씬 더 익숙하고 편안했다. 짐을 싣고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집으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노을이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가 있나.’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본 태양은 분명 제주에서 봤던 그 태양과 같았다. 단지 장소가 바뀌었을 뿐인데 어쩌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지. 기다리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설렘 때문일까, 아니면 그날의 공기와 햇빛이 유난히 깨끗해서일까.


저 멀리 천천히 가라앉는 둥근 해가 거칠어진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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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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