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랑했던 스승들

사랑을 거듭하며 알게 된 것들

by 달보


처음에는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20대 내내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상치 못한 인연이 자연스레 연인 관계로 이어지는 일이 잦았다. 같은 과 친구,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직원,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인의 지인. 인연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내 삶에 스며들었다. 마치 같은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서로를 알아본 것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하루, 감정, 온기가 궁금했다. 마음을 얻고 싶고, 곁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연인이 되면, 그동안의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마음의 이어짐은 한낯 시작에 불과했으며, 관건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의도치 않은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생기는 건 다반사였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 상처가 되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 서운함이 싹텄다.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커질 때도 있지만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때로는 내가, 때로는 상대가, 혹은 서로가 거의 동시에 이별을 고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였다. 이별 후의 통증은 몇 번 겪는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한번은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마치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깊은 공허감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했다. 다치고 또 다치면서도, 마치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운명이라도 타고난 것처럼.


연애를 거듭할수록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내 안에 있던 형편없는 모습들을 더 깊이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기적이고, 더 서툴고,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실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하는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지나면서, 결국 모든 관계의 균열은 내 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됐다. 그 깨달음은 내게 큰 전환점이었고,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였다. 아무리 상대방이 명백하게 잘못을 한 것 같아도, '네 탓은 내 탓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누굴 만나도 사이좋게 오래도록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연애는 나를 가장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사랑을 하며 나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 삶을 스쳐간 사람들 모두가 나를 성장하게 만든 스승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단연코 나에게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준 존재들이었다.


따뜻한 글을 쓰고 싶어 펼친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 그 안에서 “처음에는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을 발견한 순간, 나의 연애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독서를 멈추고 당장 글을 쓰고 싶어질 만큼 내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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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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