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비로소 닿게 되는 것들
글쓰기 모임에서 혼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혼밥을 시도했던 일, 어쩌다 혼밥하게 된 계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오갔다. 그중 한 분은 혼밥을 쓸쓸함과 결부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분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밥하던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다이어트를 핑계 삼아 김치 하나만 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흰쌀밥 한 숟갈, 김치 한 점. 평소와 달리 아이패드로 영상을 틀지도 않았다.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했다. 음식물을 혀로 이리저리 굴리며 감각을 더듬는 그 느낌은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는 결코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때 불현듯 깨달았다. 식사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며칠을 굶은 후 먹는 첫 끼처럼 강렬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된 혼밥'은 음식 고유의 맛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식사 방식이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건, 나에게는 여행이라기보다 나들이에 가깝다. 관광명소나 맛집은 그다지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 대신 그 지역에서만 걸을 수 있는 낯선 골목을 조용히 거니는 것을 탐한다. 사유를 곁들인 산책이야말로 메인 이벤트였다.
대개 그런 여행은 혼자일 때 가능하다. 나의 안위보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데 여념이 없는 나로서는, 함께일수록 내 안의 무언가가 뒤틀리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서서 보면 다채로운 풍광을 자아내는 세상이, 옆에 누가 있기만 하면 일시적으로 잿빛 필터를 뒤집어 쓴다고나 할까. 오죽하면 연애 중에도 사귀던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제주도로 떠났을까.
물론 취향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넘기고 싶지가 않다. 혼자 모든 걸 감내하며 마주하는 내면의 파장은, 때로는 어떤 깨달음보다도 값진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혼자라고 외롭다거나 쓸쓸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은 학습된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네 번째 발가락과 팔꿈치, 혹은 쇄골처럼 평소 방치하기 쉬운 신체 일부에 감각을 옮기거나, 평범한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와중에 얻는 뜻밖의 깨달음 같은, 자신과 깊이 연결되는 순간들은 비로소 혼자일 때에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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