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했던 삶이 단순해졌다

by 달보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내가 밝고 외향적이고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나는 주도적이고 추진력이 강하며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외향적이지 않다.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 후천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내향인입니다>, 진민영


진민영 작가님의 『내향인입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내향인과 외향인의 특징, 간극, 접점 등을 떠올려봤다. 내향인과 외향인을 오가며 기질적인 내향성을 받아들이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나의 지난날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시적으로는 비슷한 서사를 가진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나의 MBTI는 ENFJ다. 독서 모임 참여자로서 내가 'E'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흠칫 놀라는 분위기다. 말하는 것보단 듣는 게 더 편해서 차례가 아니면 대체로 가만히 있는 편이다. 반면 독서 모임 리더 역할을 맡고 있을 때는 'E'라는 성향을 그럭저럭 수긍하는 듯하다. 흐름이 끊기는 것만큼은 방지하겠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말을 훨씬 많이 하게 된다. 그런 걸 보면 내향적이니 외향적이니 구분하는 것 자체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럼에도 한쪽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나는 내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와 용기, 위로를 얻는다. 남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극히 드물며, 대개는 기가 빨리는 선에서 그친다.


초중고 단계를 거치며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삼십대에 이르러서는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내가 관계를 옳게 맺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애초에 내 기질이 남들과 가까워지기를 꺼려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믿고 싶다.


다만 이번처럼 내향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경우가 아니면, 내 성격이 내향적이니 외향적이니 따위의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혼자 있고 싶고, 방해받기 싫고, 아는 사람을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을 내향적인 성향과 결부시키진 않는다. 그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내향적'이라는 인위적인 단어를 잠시 빌려 쓸 뿐, 그것이 곧 진실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여기는 건 곧, 설명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융합을 배제하는 꼴이 될 테니까.


외향적인 사람도 조용히 책 읽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도 시끄러운 파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누군가에겐 의외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인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칼로 사과 자르듯 명확히 나뉠 수 있는 단순한 존재는 아니니까. 재밌는 건 언제부턴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다 보니, 복잡다단하기만 하던 인생이 되려 단순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걸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어쩌면 그동안 시야를 흐리게 만든 주범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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