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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작은 스승

by 달보


작년 7월에 태어난 아이는 나를 꼭 닮았다. 처음엔 신기하게도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는데, 지금은 마치 내 복제품 같다. 현이를 보고 있으면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것만 같다. 보면 볼수록 놀라울 정도로 나와 판박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내가 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빠가 되면 마음이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이 또래의 아이가 지나가도 힐끔 쳐다볼까 말까. 내 눈에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는 오직 우리 현이뿐이다. 현이 말고는 그 어떤 아이도 내 시야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많이 쓸 줄 알았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눈에 밟히는 것들을 텍스트로 옮기는 게 취미니까. 하지만 의외로 육아에 대한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조급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기보다, 앞으로 닥칠 미래를 더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이와 가장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는 길지 않을 것이다. 나와 닮은 남자아이이기도 하고, 우리 부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하루빨리 회사 월급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아내는 그런 내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한다. "이제 글 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조바심을 내느냐, 네 주제를 알아라."는 말을 현명하고 다정하게 돌려서 말하는 재주가 그녀는 탁월하다. 덕분에 뼈가 시리면서도 마음은 따뜻해지는 묘한 기분이 든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완벽한 루틴을 고집하는 나를 반성한다. 기반도 없이 욕심만 많은 나를 애써 달래본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저기서 혼자 벽지를 긁고 있는 작은 생명이, 요즘 나에게 가장 큰 가르침을 주는 존재임을 받아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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