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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17. 2023

글감이 없어서

그냥 써내려갔다

일찍 일어나고 책보고 글쓰고 한동안 그렇게 몰두하며 살았다. 항상 뭘 하면 한껏 빠지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다 지친 적이 많다. 그런 번아웃만 조심하면 난 뭔가 이뤄낼 것만 같았다. 지금이 딱 그 번아웃이 온건가. 아니면 그냥 글감이 오늘따라 떠오르질 않는 건가. 종일 고민만 하다가 그냥 메모장을 열고 주저리 글을 써본다. 읽고 쓰기는 한 몸인건지, 쓰기가 되지 않아서 책을 펼치니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뇌가 나에게 보내는 휴식의 신호를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이다.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할 때라고도 생각한다. 선택과 집중이 누구보다도 필요한 나지만, 선택과 집중이 누구보다도 힘든 나이다. 뭔가 하나에 몰두하면 그냥 빠지는 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탐내는 버릇이 있어서 손을 대면 댈수록 뭔가가 불어난다. 다행이다 올해 목표는 단지 '매일 글을 쓰는 것'으로 잡아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슬럼프, 번아웃을 대비하여 하루에 해야 하는 목표치를 작게 잡아놨다. 그럼 나에 대한 신뢰도 지킬 수 있다. 책에서 배운 지혜를 이렇게나마 써먹어본다.


글감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이렇게 써내려간다. 일하다 중간에 사무실 중간을 걸어다니기도 하고 지는 노을을 가만히 쳐다보며 그냥 멍도 때려본다. 어떤 작가는 글을 쓰거나, 아니면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시스템을 본인에게 적용해서 매일 글을 써내려 간다고 한다. 꼭 오늘이 그런 체험을 하는 것만 같다. 가만히 앉으려고 하니 자동적으로 메모장을 열어 글을 써내려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모아놓은 글서랍이 따로 있긴 하지만, 오늘은 그것마저 들춰볼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이런 날도 있겠지. 원래도 메모장에 초고를 쓰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메모장이 더욱더 편하게 느껴진다. 워드나 브런치, 블로그에도 초고를 써버릇했지만 역시 난 바로 켜서 끄적일 수 있는 컴퓨터 메모장이 아직은 편하다. 글쟁이로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워드를 열면 뭔지 모를 부담감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곧 있으면 퇴근 시간이네. 집에 가서 편하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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