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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31. 2023

플랫폼에 관한 고찰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 그 사이에서


온라인 세상에 답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나서부터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겐 독서라는 하나의 견고한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글감이 마를 일은 없다고 자신했다. 그렇게 선택한 나의 첫 플랫폼은 티스토리였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네이버나 브런치는 몰라도 티스토리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티스토리에 책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게 가장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도 정보성 글을 올리는 게 맞지만 이용자 수가 많아서 그런지 책/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티스토리는 오로지 애드센스 광고를 위한 글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이라 내가 끼면 안 될 공간에 껴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도 흐름에 따라 책에 대한 글보다는 여기저기 정보들을 요약 정리해서 글 몇 편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중 몇 개는 현재까지도 꾸준한 조회수와 소소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긴 하다.(이것이 티스토리의 장점인 듯)


하지만 난 진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내가 잘 알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남들을 위해 쓴다는 것이 내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현타가 와서 티스토리는 잠시 접었다가 심기일전을 하여 네이버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블로그는 사실 티스토리를 하면서 갈팡질팡 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블로그 계정은 만들어둔 상태였다. 사람들이 네이버블로그가 이쁘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나는 티스토리의 플랫폼 분위기가 더욱 깔끔하고 이쁘다고 생각했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마치 내가 안드로이드폰을 써볼 때 느끼던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네이버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반년 동안 글을 쓴 결과 2300명의 이웃을 맺고 애드포스트를 달고 글을 매일 쓴다면 평균 방문자수 130명 정도가 확보되었다. 이웃활동을 하다 보면 나와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내가 일구어낸 것은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다. 거의 양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겨우 이루어진 결과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글을 올리지 않으면 100명 넘게 들어오던 방문자가 겨우 20명도 들어오지 않는 심한 격차가 벌어졌다. 네이버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조회수가 빵빵 터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그런 재주가 없었나 보다. 내 블로그 통계를 보니까 검색 유입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은 감사하게도 이웃분들이 매번 찾아주시는 거였다.


하지만 난 이 부분 때문에 사실 네이버블로그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서로 이웃을 맺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의 혈액순환을 담당하다 보니 이웃관리나 소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글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댓글들에 일일이 대댓글을 달고 답방을 가는 시간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가까이도 걸렸다. 안 그래도 글 쓰는 시간이 모자라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는데 그런 이웃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이웃관리에 시간을 들이는 만큼 나도 알찬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글은 네이버블로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네이버블로그가 피드를 이쁘게 꾸미는 만큼 가독성도 좋아진다고 하던데, 내게는 이쁘게 꾸미면 꾸민 글일수록 더욱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네이버블로그는 잡음이 너무 심했다. 업체홍보를 위한 이웃신청, 복붙냄새가 나는 댓글은 기본이었다. 최대한 독서와 관련된 주제의 이웃들을 맺긴 했지만, 내가 답방을 가면 읽을만한 포스팅이 별로 없었다. 책과 관련된 꾸준한 포스팅으로 인해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 중에서도 결국 나중에는 조회수가 터지는 드라마 리뷰나 맛집리뷰 글만 올리는 걸 보고도 나름의 현타가 왔었다. 네이버블로그는 내가 투자하는 만큼 각종 수치는 꾸준하게 우상향을 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난 뭔가 속에서부터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글을 쓰면서 꾸준하게 기록하기만 해도 되건만 관심을 받고 싶고 조회수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내 욕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사실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전 브런치에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 대한 글을 검색하며 내 생각을 비교검증해 보듯 여러 글을 읽어보았다. 블로그를 하다가 브런치가 맞아 이전했다는 글, 플랫폼을 둘 다 동시에 하라는 글, 초반에만 블로그를 하라는 글 등 여러 글이 있었다. 하지만 내 고민이 해소되는 듯한 글을 찾아보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나름 힐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는 브런치가 가장 끌린다. 오로지 글만을 위한 장소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까 방금 찾아본 글에서 누군가가 네이버블로그는 안드로이드폰, 브런치는 아이폰과 비슷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난 아이폰만을 써왔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브런치는 조회수도 별로 높지 않고 구독자 수도 한 달에 1,2명 늘까 말까이지만 왠지 이 공간이 아늑하고 글을 더 쓰고 싶고 내 생각을 모두 담아내고 싶은 곳이라는 게 느껴진다. 내가 쓸데없는 욕망들의 가지치기를 잘할 수만 있다면 아마 마지막엔 브런치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브랜딩 하려면 각종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강하긴 하다. 하지만 뭔가 이뤄놓은 성과가 없는 현재 상태에서는 더욱더 확고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여전히 나의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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