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신중한 생각은 어떻게 성립되는가

by 달보


"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도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빠가 그걸 나한테 숨길 이유가 없어."
- 책 '작별인사' 중에서




책을 읽는 관찰자 입장에서 '작별인사'의 주인공 철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봤다. 이 정도 처지에 놓였으면 스스로에 대해서 의심해 볼 법도 한데, 끝까지 본인이 무조건 인간이라고 우기는 철이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라고 믿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또 무엇일까. 페이지를 조금 넘기면 그 사이 철이도 심경의 변화가 조금 있어서 '본인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빠가 자기한테 그걸 숨길 이유가 없다며 그 의구심을 애써 흘려보낸다. 여기서 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라는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한다'라고 하는 게 성립이 되는 것인지도 의심이 들었다. 신중하게 생각하기란 내가 직관적으로 떠올린 생각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인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대입해 보고 그나마 괜찮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답답했던 건 해보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다. 단지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을 신중하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행동을 해보고 판단하는 게 오히려 진짜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 때문에 훨씬 더 타당한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봤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따라오겠지만 말이다.


소설 작별인사를 이제 막 펼쳐 들었지만, 왠지 제목인 '작별인사'의 느낌을 알 것도 같았다. 진정한 본인의 삶을 살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주인공이 이전의 아무것도 모르던 자기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고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 봐도 별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행동해 봤자, 현재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행동을 할 뿐이다. 소설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주변사람 중 나의 관념을 뒤흔들만한 조언자가 있지 않는 이상 알을 깨고 나와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기는 힘들다. 한 개인이 스스로의 알을 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움직이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변할 생각이 없는 생각을 핑계로 신중하게 시간만 태우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결심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제자리에 서있는 상태로 아무리 생각해 봤자 잠깐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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