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과의 타협
언제나 감추고 싶은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의식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마음에 애쓰지 않아도 감추고 싶은 것들은 감춰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비추고 싶은 건 왜 그럴까.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되는 모습들은 사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좋은 것인지 몰라도 남들은 아무 신경도 안 쓸 텐데 말이다.
글을 적다 보니 내가 감추고 싶은 것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감추려고 하는 것만 같다.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면 그들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이 두려워하던 것들이 현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사람이 어떤 것을 감추고 싶어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인식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감추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의 전부를 내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지만, 이토록 나는 스스로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내 안에 또 다른 존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감이 잡히진 않지만 나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것을 두고 영혼이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타협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이 실은 나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질까.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아마 나를 지켜보는 관찰자는 좋고 싫은 게 없는 중립적인 존재일 것만 같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어리석은 특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