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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0. 2023

모서리 같은 세상

둥글게 살자


keyword, 모서리

모서리는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보통 모서리 하면 뾰족한 부위 또는 위험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쉽게 떠오른다. 내가 평소에 자연에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의미를 모서리에 적용해서 생각해 봤다.


모서리도 자세하게 확대해서 보면 뾰족한 건 아니다. 단지 굴곡진 부분이 매우 얇을 뿐이다. 뾰족한 건 그 자체로 뾰족할 수가 없다. 우리의 기준을 적용하니 모서리가 뾰족한 것이 되는 것이다. 크게 보면 둥근 모서리나 뾰족한 모서리가 다를 건 없다. 면과 면 사이의 꺾어지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내 생각에 둥근 모서리와 각진 모서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스러움이다.


인간의 손을 거친 모든 것은 부자연스럽다. 자연에는 경계와 더불어 직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것에 저항이라도 하는 듯 직선의 형태를 추구하며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가 본성인 것처럼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렇게 뾰족한 것을 만들고 그런 것들에 의해 다치고 베이기도 한다.


인간을 위해 기술 개발을 해오지만 그런 것들이 인간을 점점 더 자연과 멀어지게끔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점점 더 편리해져 간다고 착각한다. 내가 볼 땐 몸이 편해질수록 정신은 모서리처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날카로워져 가는 것만 같다. 그런 날이 선 정신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조금 둥글둥글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서리처럼 칼각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인상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태로워 보인다. 왠지 언제라도 곧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이들을 잘 살고 강한 사람처럼 여긴다. 각이 살아 있으면 스치기만 해도 금세 손상을 입는다. 인생도 너무 각을 잡고 살아간다면 상처받기 쉽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 삶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며 사유할 필요가 있다. 각을 다듬을 줄도 알아야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변수를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인간은 어찌 보면 너무 극단적인 곳을 나아가려 한다. 현재를 바라보지 못하고 가상현실에서만 살아간다. 나름대로는 잘해오고 있다고 느낄진 몰라도 순간에 머물지 못하는 인간은 그 어떤 행적을 쌓아도 한 번 스치면 깨지는 모서리와도 같은 삶을 위태롭게 살아갈 것이다. 버틸만한 여지를 갖고 사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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