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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09. 2023

좋은 물건의 가치는 싸구려가 정한다

가격에 관한 인간의 심리분석


keyword, 가격

가격은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숫자처럼 느껴진다. 가격표에 찍힌 숫자는 실제 그 물건의 가치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세상이 발달한 만큼 가성비를 따져가며 현명한 소비를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높게 책정된 가격만큼 내면에서 구하지 못하는 자존감을 그런 가격표에 의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격을 책정하려면 최소한 한 개 이상의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의 기준은 좋지 않은 것들에 있다. 기능이 좋은 상품은 기능이 좋지 않은 상품이 없으면 그 자체로써 좋은 기능이 성립되지 못한다. 아무리 명품 가방이라 할지라도 잡상인들이 파는 저렴한 싸구려 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높은 가격을 매길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물건, 좋은 서비스, 좋은 가치를 제공하더라도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좋지 않은 것들이 없다면 '좋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반대로 값싸고 싸구려처럼 보이는 물건들은 실제로 그 물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위한 장사꾼들이 대중들에게 최면을 걸었기 때문이다.



난 상품과 가격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일수록 현명한 소비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란, 물건 고유의 기능 이상의 값어치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가방은 물건들을 담는 천조각에 불과하다. 차는 단지 운송수단, 이동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피와 땀을 흘려 벌어들인 돈으로 장사꾼들이 물건에 부여한, 휘발성 높은 가치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안타까운 건 그런 욕망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욕망은 더욱더 큰 욕망을 낳을 뿐이다.


만약 많은 돈을 지불하고 내 옆집에 사는 이웃보다 더 좋은 물건을 샀다고 치자. 당장엔 옆집보다 더 좋은 물건을 샀다는 이유로 우월감도 느끼고 실제로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을 누림으로써 '없던 불편함'이 생겨난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세상이 내놓은 생활의 질을 높여줄 것만 같은 것들을 이것저것 사들여 생활에 적용하면 할수록 '그것들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능력'은 상실하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편리함은 원래 없던 불편함을 낳게 되어 있다.


명품가방도 마찬가지다. 명품가방은 정말 그들만의 세상이다. 명품가방을 사는 사람은 그 가방을 메고 다니면 주변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들까지 상상하며 구매를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가끔 대놓고 입을 벌린 채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건 가방에 대한 탐욕의 시선이지, 가방을 메고 있는 본인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사람들은 남들의 좋은 물건을 바라보면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물건을 소유했으면 어떨까 하는 자기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 사람들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남들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다.


한 명의 사람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고유한 존재다. 하지만 그런 명품을 가장한 천조각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라는 한 명의 인간은 가방으로써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처치곤란한 물건 따위보다 비중이 작아지게 된다. 가끔 자기만족으로 명품 가방을 사서 메고 다닌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굳이 그런 만족감을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명품 가방 달랑 하나 메고 있는 건 안 메는 것만 못하다. 재밌는 건 명품으로 온몸을 둘러싼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옷은 날개이기도 하면서 내면의 상태표시줄 같기도 하다. 


인간은 이미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변에서 파괴되고 있는 환경만큼 인간의 생활은 완벽해져만 간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발톱이 빠진 것도 모르고 좋은 신발만 사신어봤자 썩어가고 있는 발톱이 치료되진 않는다. 가격은 없던 기준을 애써 만들어 정한 것이고 그 가격을 바라보는 시선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본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하다 보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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