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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08. 2023

나를 받쳐주는 하나의 기둥

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keyword, 기둥


주변에 사람은 많았지만 어릴 적부터 딱히 기댈 곳이 없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엔 어른들은 너무나도 바쁘고 삶을 살아내는 것이 치열해 보였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고 항상 기둥 같은 존재를 찾아다녔다. 아주 일시적으로는 그런 존재들이 내 앞에 드문드문 나타나긴 했으나 계속 내 옆에 있어주진 못했다.


그렇게 기댈 곳 없이 자라다 보니 난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어엿한 어른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선 어딘가에 기대고픈 약한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기둥이 되어준다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다. 믿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의 기둥이 되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젠 알고 있다.


책이 좋은 건 조금씩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서를 처음 할 당시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내게 없었기 때문에 나를 발견하려는 의도로 책을 읽으려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일단 꾸준하게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잡생각이야 평소에 수만 가지도 하지만 책을 읽고서 하는 생각들은 내가 이전에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이라는 게 다른 점이었다. 생각 자체는 일어나는 순간 기록하거나, 붙잡고 사유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가끔씩 마음에 남는 것들이 생기곤 했다. 그런 낯선 생각들은 내가 평소에 놓치고 살았던 나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난 조금씩 나를 되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알면 알수록 원래 나의 모습들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의 가장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성장하면서 세상의 물이 배어 드는 바람에 그런 모습들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오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난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기둥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기대고 싶었던 존재가 바로 나였다는 걸 알고 난 이후로는 내면의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었다. 내가 그토록 찾던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은 지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제라도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지 않게 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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