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Feb 01. 2023

편하게 살긴 글렀다

불편함은 필수


keyword, 담벼락

담벼락이란 단어를 보니 담벼락 사이사이에 핀 꽃들이 생각난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싹을 틔웠지라는 궁금증이 생김과 동시에 저런 담벼락에서 살아가는 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내가 식물이 되보지 않고서 그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담벼락 사이에 핀,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꽃들보다 내가 더 불쌍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어색한 장면을 보면 그저 바라볼 줄은 모르고 왜 항상 판단하려 드는 것일까.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항상 요동을 친다.


요즘은 담벼락 사이와도 같은,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자라나는 풀꽃들을 목격하면 적절한 환경 같은 건 사실 없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은 우연찮게 세상으로 나와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그 생명이 다할때까지는 잔디밭이든 콘크리트든 담벼락 사이든 간에 그저 잘 지내다가 돌아온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언제나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것들을 쟁취하려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욕망을 품고 불만을 가지고 가끔 보람도 느끼면서 그렇게 불편하게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편하게 살아가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불편함을 매일 느껴야 하는 역설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성공하려면 불편하게 사는 습관부터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이고 맛도 좋고 냄새도 좋은 나쁜 습관을 버리려면 편한 생활과는 멀어져야 한다. 부자들이 알려주는 공식같은 행위들은 말은 쉬워 보이지만 정작 습관을 들이려면 오랜 시간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야 하고, 자제해야 하고, 외로워져야 한다. 그런 과정을 이겨내고나서 결국 성공을 거둘지라도 사실 그리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간 편한 생활을 포기하며 성공을 위해 살아오던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것은 진리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는 것이 많아진 사람은 이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던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담벼락에 핀 풀꽃들은 내가 불쌍하고 하찮게 여길 만한 것들이 아니다. 그런 것들을 그냥 바라보지 못하고 판단하려 덤벼드는 내가 오히려 더 불쌍한 존재일 수도 있다.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생각 없이 사는 게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결국 불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나의 운명이라면 그냥 '불편함'의 정의를 내 맘대로 바꿔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 덩어리가 내 앞길에 담벼락처럼 가로막고 있다면 마음이라는 연장의 날을 다듬어 틈새를 공략해 나아갈 수밖에.

이전 12화 나를 받쳐주는 하나의 기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