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방향성
나는 글을 쓸 때 원래 내게 없는 테크닉을 발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난 글을 쓸 때 맞춤법, 띄어쓰기, 가독성 같은 걸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집중하는 건 나의 감정이다. 나의 감정에 집중해야만이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서 순식간에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감정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성이 돌아올수록 내 손가락은 느려진다. 감정에 최대한 몰입하며 글을 쓰는 것이 아직 글쓰기를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나만의 노하우다. 그렇게 집중하며 아무렇게나 써 내려가다 보면 막상 쓰기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모니터에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게 글쓰기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글감이 없다, 브런치에 올릴 정도가 아니다, 맞춤법이 틀렸다, 띄어쓰기가 안 맞다는 등의 글에 관한 온갖 핑계를 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자신의 글쓰기가 그만큼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혹시 브런치에 올라가는 글에 대한 고정관념에 휩싸여있는 건 아닐까. 대체 그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뭐길래 그곳에 올라가는 글은 정돈되고 다듬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사람이 그런 관념에 갇혀서 공개하지 않은 주옥같은 글들은 얼마나 많이 묻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브런치는 확실히 작가심사라는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공개적으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들과는 느낌이 다른 건 사실이다. 나도 블로그와는 확실하게 다른 온도차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온도차가 내 글쓰기에 제동을 걸진 못한다. 난 브런치에서 글이 더 잘 써진다. 오로지 글만을 위해 이루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사진을 올리지도, 쓸데없이 내용을 꾸미지도 않아도 되는 그 분위기가 난 너무 좋다. 특히 의미 없는 소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느낌이 다른 건 그냥 다른 것뿐이다. 그저 글쓰기가 더 잘 되냐 안되냐의 차이일 뿐이다. 작가승인을 받은 사람들만이 올리는 글 공간이라고 해서 내가 평소에 쓰던 글들을 더 다듬어야 된다던가, 더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야 한다던가 하는 그런 생각은 일종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아무리 브런치라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심혈을 기울여 써봤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내 실력이 마음가짐의 변화 하나로 갑자기 일취월장되진 않는다. 나의 글쓰기는 '나 자체'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상태를 나보다 더 잘 알아보는 건 의외로 '읽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무런 감정 없이 내 글을 읽어보기 때문에 주관적인 망상에 빠져있는 자기 자신보다도 더욱더 날카롭게 내 글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브런치에 쓰는 글이라고 신경 써봤자 마음가짐 하나로, 잠깐의 생각의 변화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내 글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단 한 가지는 바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발행하는 것이다. 그냥 혼자 써서 작가의 서랍에 고이 모셔두는 것과 뭐라도 써서 나름의 마감을 지켜가며 공개적으로 글을 발행하는 것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보는 사람이 없을지언정 공개한 글을 바라보며 다음의 글을 기약하는 것과, 혼자밖에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음의 글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난 글쓰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엔 미라클모닝 일지를 기록하려고 가볍게 블로그에 쓰기를 시작했었지만, 이젠 내가 한 명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 매일 글을 필사적으로 쓰고 있다. 처음 쓸 당시에만 해도 새벽에 몇 시에 일어났는지, 일어나도 무엇을 했는지에 관해서만 기록하려 했지만, 쓰다 보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다른 이야기들을 매일 적어나갔다. 그래서 난 매일 쓰는 것에만 집중한다. 난 그 누구보다도 인정욕구가 높기 때문에 나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강하다. 매일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고,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일 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좀 달라야지'라는 생각 따위를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매일 쓰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브런치에 올리는 글에 대한 편견'이라는 생각 하나로 10분도 지나지 않고 이만큼 써내려 왔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니까 좀 더 묵히고 다듬어서 퀄리티를 올린 다음에 발행해야지'라는 생각에 묶여 있었다면 이 글은 한 달 뒤에나, 혹은 발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글쓰기를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과연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쓰는 것인지, 뭔가 뽐내고 싶은 마음에서 쓰는 것인지, 자기 마음속에 있는 가장 훌륭한 스승을 몰라보고 엉뚱한 곳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건 아닌지.
글은 나의 가장 날 것을 진심을 담아 표현해 낸 그림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글이라는 것도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나를 담아내려 해 봤자 그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다. 애초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한 것들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읽는 자와 평가하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무리 내 글을 쓰레기 취급하거나 혹은 높게 평가한다 할지라도 나의 모습 중 극히 일부분만을 알아봐 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가 쓴 글에 대한 주목도나 평가 같은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나를 아예 모르는 남들은 오죽할까. 사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이해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의 평가도 남들의 평가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더욱더 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른다. 난 그렇게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반년이 넘는 세월 중에서 브런치를 제대로 시작한 건 이제 두 달이 다 되어갈까 모르겠다. 작가승인만 받고 묵혀두고 있다가 왠지 모를 끌림에 의해 어느새 브런치는 나의 주 포지션이 되었다. 브런치,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그런 매력적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숨은 고수들이 많은 것 같아서 참 아쉽다. 훗날엔 생각과 편견의 테두리를 벗어던지고 멋진 글을 뽐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동안 흐른 세월만큼 내 글도 많이 담백해졌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 감정이 담긴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평소 하지 못했던 사색, 사유를 많이 해봤으면 하는 게 내가 쓰는 모든 글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