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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1. 2023

내가 화를 내지 않는 이유

모든 권한은 내게 있다


나는 감정기복이 없다. 평소에 화를 내본 적이 손에 꼽는다. 기본적인 성향이 얌전하고 온순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난 적이 몇 번 있었다. 평소에 너무 점잖은 성격이어서 그런지 내가 그런 화를 한 번씩 낼 때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놀랜 나머지 되려 나를 달래주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정말 찰나에 일어나는 일이었고 금세 기분은 가라앉아서 상황이 그 이상으로 번진 일은 없었다.


난 내가 얌전하다고 해서 화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화를 낼 만한 조건이 성립되는 게 상당히 까다로울 뿐이다. 난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화를 내는 건 기분이 나쁜 상황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이 본인에게 뭔가 해를 입힌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나의 기분을 침해할 권리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특정 상황으로 떠넘기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나쁠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을 겪더라도 마지막에 내 기분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건 오로지 나만의 권한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면 그저 일어나는 상황 대로만 휩쓸려 갈 수밖에 없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게, 나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조차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하면 일어나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내게 좋은 쪽으로 얼마든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 누군가는 기분이 나쁘고, 누군가는 무덤덤하게 대처하는 건 성격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태도가 그만큼 내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다.


살면서 내가 원하는 일들만 겪을 순 없다. 예기치 못한 일도 겪게 되고 원하지 않던 상황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그 모든 변수를 하나하나 대비하기에는 에너지 소모도 클뿐더러 어차피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차라리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내가 입는 자체적인 대미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심리적인 통찰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원리를 이해만 한다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묘한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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