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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2. 2023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

엉뚱한 곳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쓰는 것이 전부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쓰고 있다. 매일 색다른 글을 써 내려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메시지를 다양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생각은 나를 약간은 괴롭히기도, 나아가게 해주기도 한다. 내가 매일 쓰는 글들이 결국 하나를 얘기하는 거라면 매일 쓰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그 하나의 메시지를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딪힌다. 어쨌든 난 매일 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장 효율적으로 작가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내가 쓰는 글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자기계발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써 표현해 낼 뿐이다. 장르는 단지 불특정다수가 지정한 구분선에 불과하다. 방 한구석에 선을 하나 긋는다고 해서 그 방이 둘로 쪼개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장르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사실 현실적으로 현재의 내가 그런 것들을 고려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말 매일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글쓰기를 배우려 애쓰는 사람들

종종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글을 쓰고 싶지만 일단 배우고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면 나라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실제로 글을 쓰기는 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일어나게 된다. 부족한 나지만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딱 한 가지가 있다. 지금 당장 쓰라는 것이다. 혹시 가방에 수첩이라도 있다면 당장 꺼내서 펜을 구한 다음 한 문장이라도 써보라고 할 것 같다. 아마 실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제안에 마지못해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예상된다. 그런 사람이 글쓰기를 배운다고 하는 건 난 조금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배움' 그 자체는 누구에게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배운다고 착각할 뿐이지 모든 것의 깨달음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물론 스승에 의해서 자극을 받을 순 있을지언정 모든 것들은 원래 '내 안에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글쓰기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가르친다 할지라도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만약 그런 배움이 가능하다면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밖에 없다. 그리고 타인이 아무리 나에게 자기만의 신념을 주입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글쓰기는 본인 자체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좀 더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라는 동작에만 묶여있다면 자신의 잠재능력과 본모습을 발견하지 못한다.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내 감정이 글로써 현실에 나타난 것뿐이다. 글이 영 써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속이 텅 비었다는 말이다. 혹은 엉뚱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글이 안 써진다는 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할 말이 없다는 건 온전한 나의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온전한 나의 생각이 없다는 건 내가 평소에 하고 있는 생각들이 진정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만의 생각이 없다는 건 그만큼 본인을 관찰하고 사물에 대한 사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깨닫는 것만으로도 글쓰기가 주는 이점은 참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깨닫는 자가 얼마나 될까. 나 같은 경우엔 수많은 책을 통해서 배웠다. 하지만 배움은 모든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면 여전히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지난날들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쓰고 싶은 말들이 수두룩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어쨌든 본인의 삶은 남이 대신 살아준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리 남들의 생각들로 허무하게 살아왔던 세월이라 할지라도 그 나름의 깨달음과 보람과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매력은 본인이 창조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이라도 쓸 수 있는 가능성은 본인밖에 채굴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내 삶은 오로지 이 한순간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한 문장이라도 써봤으면 하는 게 나 같은 사람이라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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