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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4. 2023

책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착각

나를 속이는 짓은 그만하자


나만의 공식을 찾아가는 여정

독서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주로 읽었던 장르는 본의 아니게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이었다. 그땐 자기계발이 뭔지도 몰랐지만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내고 보니 모두 자기계발에 관련된 책이었다.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읽으면 내가 조금씩 변화하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조금씩 변해갔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의 경험치가 올라가고 레벨이 올라가는 것처럼 긍정적인 말버릇이 생기고, 상대방과 대화할 때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되며, 인생을 멀리 내다보는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그래서 난 주로 그런 책을 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성공습관 같은 걸 따라 하려고 많은 애를 썼었다.


허나, 많은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불편한 진실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성공방정식은 단지 그들만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와 그들은 완벽한 하나의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선물은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나보다 먼저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훑어보고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 습관, 사고방식 등을 따라 하다 보면 그 사람과 비슷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의 초기단계일 뿐이다. 결국엔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부를 이루거나, 진정한 내면의 초월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무조건 신뢰하진 않게 되었다. 그냥 내 인생에 적용하면 도움이 될 법한 참고사항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렇게 책을 맹신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서 내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조금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고, 아무리 좋은 말처럼 보이는 문장들도 나만의 필터링을 통해 걸러 들을 줄 아는 능력이 생겼다.


나도 한때는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성공의 길로 안내하는 인생습관', '부를 가져다주는 말버릇'과 같은 제목에 마음이 이끌렸고 그런 책들을 읽으면 실제로 내 삶이 개선될 줄만 알았다. 확실히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약간의 효과는 있겠으나, 고작 책 몇 권에서 얻은 지식만으로 삶을 개선시키는 게 완벽한 망상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깨달았던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책마다 어느 정도의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은근히 많은 저자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장치들을 두기 위해서 내용의 본질과는 약간 동떨어진 부분을 채워 넣기도 한다. 물론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같은 책들은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써낸 책이긴 하겠으나, 사람의 기억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고 이전의 기억들을 완벽하게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그들만의 성공방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라서 아무리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 해도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낸 사람이 쓴 책이라 할지라도, 그 책에 실려 있는 방법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건 위험하다. 그들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철저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진짜 사기꾼은 따로 있다

보통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똑같이 따라 해봐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때, 사람들은 책을 쓴 저자를 사기꾼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사기꾼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책의 내용을 그대로만 따라 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이다. 여태껏 살아왔던 세월의 흔적은 모두 거르고 당장의 현실은 깊이 고려하지도 않은 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알려주는 방식대로만 따라 하면 삶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진정한 사기꾼이다.


물론 책을 쓰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내용을 불리는 경우가 있긴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고 읽는 사람이 다 파악할 수도 없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한줄 두줄 써가며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긴 하지만 애초에 사람은 기억만으로 모든 것을 떠올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비결이라고 생각했던 게 실제론 착각일 수도 있다. 저자는 그렇다고 철석같이 믿고 한 권의 책을 써냈겠지만 말이다.


글을 쓰다 보면 한 번씩 이 글이 내가 쓴 글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직접 타이핑해서 써낸 글이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싶을 정도로 의외의 글과 의외의 분량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런 것처럼 저자가 아무리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낸 책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오류와 빈틈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남들의 성공방정식을 베끼는 게 아니다. 그들도 그런 일을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를 얻는 게 목적이다. 난 확실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다만 책은 남이 이미 걸어갔던 경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완벽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의 힘을 빌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한 명의 독보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건 덤이다.


책은 읽는 건 좋으나,

남들의 인생 속에서 지름길을 찾진 말자.


삶은 어떤 장치 하나로 변할 만큼 결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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