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Apr 09. 2023

그럴듯한 이유, 하등 쓸모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보자


언제부터 사람은 이유라는 것에 집착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 '왜 그 사람이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본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그 물건이 왜 갖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본다. 순수하게 모든 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유를 찾지 못하면 작은 행동조차 하기 힘든 사람이 되어간다.


인간은 모든 행동에 이유를 묻는다.




어떤 행위에 대해서 질문하는 자는 납득이 될 만한 마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답하는 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애초에 사람이 행동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러고 싶거나,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뭔가 그럴듯하고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것만 같다. 이유가 생각보다 단순하면 적절한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아하고 싶으니까 그런 것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꼭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이해가 가도록 설명할 필요도 없다.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할 의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자기 내면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말로써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들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생각은 말보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은 마음의 극히 일부분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화려한 이유 같은 건 몰라도 된다. 단지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좋아하고 싶고, 그러기 싫은 것뿐이다. 그 이상의 설명은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이며 증명해야 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머리에 지식이 들어차면서 점점 복잡하게 생각을 꼬아서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삶을 대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식이 좌우앞뒤만 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지혜는 위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꼭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어야만 행동을 하게 된다면,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차단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그럴듯한 이유 같은 걸 찾기보다는 마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 불러오는 상황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만 갖춘다면 망설일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항상 배우고 발전하며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그럴듯한 이유 같은 건 마음 한구석에 잠시 치워놔도 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며 갖가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 같은 건 해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경험을 해보기도 전에 이유를 들먹이는 건, 뭔가 두려운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럴듯한 이유, 하등 쓸모없다. 어떤 결과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넓은 세상에 대한 경험치를 쌓는다는 마인드로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나를 위해' 일단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