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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10. 2023

난 왜 꾸준히 하지 못할까

꾸준히 하는 게 힘든 이유


난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다. 운동을 30년 넘게 하시면서 지금까지도 배에 식스팩이 선명한 아버지에게 꾸준함의 DNA만 물려받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런 나에 대한 의심을 걷어낼 수 있었다. 글쓰기는 여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그것도 재밌게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하나쯤은 꾸준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는 자기신뢰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뭔가를 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난이도를 요한다. 꾸준히 한다는 것의 원리만 생각해 보면 쉬울 것 같은데, 현실에선 그게 대체 왜 어려운 것인지 나의 경험을 돌아보며 사색을 해봤다.




꾸준히 하는 게 힘든 이유


1. 요동치는 마음

첫 번째는 요동치는 마음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일 지루한 일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의 내면을 관찰해 보면 하루가 다르게 마음의 상태가 들쑥날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마음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고 단 한 번도 똑같은 날이었던 적은 없었다. 단지 달라지는 마음과 새로운 세상을 제대로 관찰하려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오늘은 평생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던 게, 내일이 되면 금세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마음의 상태가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 어쩌면 뭔가 꾸준히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끈기가 없고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마음이 시시때때로 변하는데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의 특성을 거스르고, 특정 행위를 반복해서 해내니까 말이다.



2. 주변 환경설정

사람이 뭔가 꾸준히 해내기 힘든 두 번째 이유는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설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지가 아무리 강력해도, 요동치는 마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잘 이용한다 할지라도 주변 환경이 난잡하면 뭐라도 꾸준히 하는 건 힘들다.


평소에 사람 만나는 걸 즐긴다면,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약속들을 소화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매일 집안일이 밀리고 쌓여 있다면, 그것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집에 나만의 공간이 없거나, 개인적인 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주변이 정리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으면, 그런 것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뭔가를 해낼 수 없는 환경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이다.


주변 환경설정이 아무리 완벽해도 인간의 의지는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이다. 근데 주변 정리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마음만 먹고 뭘 하려고 덤빈다면, 딴 건 몰라도 작심삼일에서 만큼은 고수가 될 것이다. 비슷한 행동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마음을 정돈하지 못하고, 주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건 많이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나를 포기하게 만드는가


꾸준히 하는 게 힘든 건 실제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실체가 없는 마음의 고정관념 때문에 힘든 걸 수도 있다. 사실 꾸준히 하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내가 언제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것인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유 없이 행동하지도 않지만, 이유 없이 포기하지도 않는다. 분명히 뭔가 포기하게끔 만드는 트리거들이 작동하기 때문에 하던 것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꾸준히 하는 걸 관두게 되는 가장 큰 트리거 중 하나는 하루 정도 빼먹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보통 꾸준히 한다고 하면 '매일 해내는 것'을 뜻한다. 매일은 하루하루를 뜻하며, 하루는 해가 지고 뜨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사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제나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성립될 수 있다. 단지 본인이 하루 정도 빼먹었다고 해서 꾸준함에 균열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을 스스로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꾸준히 한다는 것은 무조건 매일 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면 며칠 정도는 안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인생을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상황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행동의 난이도와 단계를 낮추는 게 도움이 된다. 어떡해서든 매일 해내고야 말겠다면, 꾸준함의 규칙을 스스로 조정을 해서 정신 승리라도 하는 게 차라리 도움이 될 것이다.



꾸준함의 정의


꾸준함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꾸준함이라는 건 어떤 것을 놓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루 정도 빼먹었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의지가 약해진다. 나또한 그랬었다. 다만,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하루'라는 게 태양을 기준으로 나눈 구분선일 뿐이라는 것이다. 난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하루는, 태어나고 죽기 전까지의 날들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할 수만 있다면, 꾸준히 하는 것의 정의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단지 하루 쓰지 않았다고 해서 '난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으로 놓지 않았다면, 그것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한 달 뒤에 글을 다시 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 한 달 동안 글쓰기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정의하든 아무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꾸준히 하는 것도 처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 이틀 정도 빼먹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다. 여태껏 꾸준히 하는 것을 꾸준하게 실패했던 사람이라면, 다음번에는 '내가 어디서 무엇 때문에 약해지는 것인지'에 대해 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도해 보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덤비다 보면, 새로운 결과를 맞을지도 모른다.


꾸준함은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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