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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17. 2023

마음을 비우는 게 가능할까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


마음은 어떻게 비울 수 있는 걸까요?


보통 사람들은 명상을 하거나 머리에 잡생각이 너무 많다고 여겨질 때,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업무를 하거나 글쓰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마음을 비운다'는 생각으로 산책을 하러 나갑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마음을 비운답시고 산책 같은 걸 한다고 해서 진짜 마음이 비워지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잡했던 마음에 신선한 생각들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글감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전 마음을 비운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마음을 비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컴퓨터를 켜고 따로 조작하지 않더라도 모니터는 바탕화면을 끊임없이 외부로 송출하고 있는 것처럼요. 혹시 '마음을 비우기가 힘들다'는 고민을 안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애써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머릿속에 든 잡생각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런 잡생각이 들 때마다 난 어떤 환경에 둘러 쌓여 있는지부터 알아차리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건 하나의 표현일 뿐입니다. '마음을 비울 수 있다'라고 하는 사람도 그 느낌은 자기 안에서 오는 것이기에 완전히 비우진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마 생명이 다하고 나서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차라리 '좋은 생각들로 마음을 채운다'라고 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있던 잡생각들을 다 내보내는 게 아니라, 현재를 알아차림으로써 의식을 내면으로 가져오는 것처럼요. 하지만 '마음을 비운다'는 표현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 없애야 한다'라고 오해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전해드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마음을 비울 수 있다, 없다가 아닙니다. 어떤 것을 시도할 때 그게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본인의 능력을 의심하기 전에,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의심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게 스스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겁니다.


특히 '마음을 비운다'와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받아들일 때는 자체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말을 전달한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마음을 비워내는 건지는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영원히 모르니까요. 막연한 것을 대할수록 자체적인 필터링을 적용시켜야 나름의 깨달음도 얻고 효과도 보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어와 문장을 비롯한 모든 언어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깨달음은 그런 문자들을 초월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문자가 담고 있는 사전적인 뜻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인식하면, 그 단어가 정의하고 있는 것 이상의 느낌은 얻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개개인의 몫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서로 같은 지식을 공유하고 살아간다고 착각하지만, 개개인의 해석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 저울질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을 비우려고 애쓰지 마세요.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더 어지럽히기만 할 겁니다. 문장이 뜻하는 표현 이상의 것을 볼 줄 아는 자가 진정으로 마음을 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운다'는 표현에 가장 근접한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깨달음은 어느 정도까지는 설명할 순 있어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남의 것을 듣고 쉽사리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진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점점 편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 밖에서 가져온 것들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태도로 살아간다면, 비로소 자기만의 '마음 비움법'을 깨우칠 정도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면 평온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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