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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8. 2023

태어나고 죽기 전까지가 진정한 하루다

내일이 새로운 기회라는 착각


하루

독서를 통해 통찰력이 깊어지면서 하루라는 개념도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하루'는 해가 지고 뜨는 24시간의 주기를 뜻한다. 그래서 오늘의 하루, 내일의 하루 이렇게 구분을 지어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하루를 일일이 구분을 지어놓으면 세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엔 아주 좋은 시스템이겠으나, 개인적으로 보면 게으름을 피우거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되는 아주 강력한 핑계가 되어준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심리는 내일이라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오늘 안 하거나 못해도 내일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뤘던 일을 내일 확실하게 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오늘 미루고 미뤘던 만큼 내일도 미룰 확률만 높아져 갈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미루는 게 습관이 되고 인생은 그에 맞게 형성된다. 하루라는 시간들이 아직 내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훗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크나큰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나는 바깥세상에선 하루를 남들과 같이 공유하면서도, 나 혼자만큼은 내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를 '하나의 하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겐 '내일'이란 죽고 난 이후가 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을 오늘 하지 못하면 영영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가짐은 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만들고 꼭 해내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게 해 준다.


난 매일 자고 일어났을 때의 새로운 하루가 '어제와 이어진 하루'라는 것을 확신할 수가 없다. 시간이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흘러가는 건지 순간적인 건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 하루 중에서도 지금이라는 순간을 온전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내일이라는 하루를 의식하며 사는 것은 오늘이라는 순간을 흘려버리는 것과도 같다. 죽지 않는다면 내일은 분명히 찾아오겠지만, 내일이 오늘과는 다른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오늘도 내일도 쉽게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한 번의 기회라면, 나의 하루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그 하루도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시간들이라는 걸 매번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 하루가 24시간 365일이라는 기준으로 나눠놓은 것은 세계가 정한 기준이기 때문에 그런 기준에 이끌려 살아갈 필요는 없다.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실이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내 삶을 위해서 조금 특별하고 남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나다운 삶은 자기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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