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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8. 2023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벗 삼는 찬란한 나의 인생


하늘

하늘을 바라보면 많은 생각이 들 때도, 그냥 쳐다보기만 할 때도 있다. 난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한다. 꼭 '하늘을 본다'라고 생각하기보단 세상의 커다람을 느끼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다. 날이 좋을 땐 청명한 하늘색을 보며 감탄을 하다가도, 구름이 많은 날엔 구름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테두리에 빠져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달이 환하게 떠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달을 보는 것이 정말 좋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다. 그냥 좋다.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때 나도 무슨 생각을 하긴 하겠지. 그치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없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뿐.


내 이름은 하늘을 다스린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속으로는 가끔 '내가 저 하늘을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솔직히 하늘을 이미 다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한다. 난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하늘이 날 도와준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릴 때 내리막길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택시에 치여 50m 정도 굴러 떨어져서 기절했던 적이 있다. 잠시 후에 눈을 떠보니 택시운전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기절한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난 내가 차에 치였다는 건 까맣게 잊은 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집으로 도망을 쳤다. 아픈 곳은 없었다. 그때 아마 하늘이 나를 도와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왠지 하늘은 나의 친구 같기도 하다. 와이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그리 가까이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보면 외롭고 고독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자연을 친구 삼는 버릇이 있다. 지나가는 나무에 말을 걸기도, 흘러가는 구름과 아이컨택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는 체험을 조용히 하곤 한다. 아주 가끔은 저 하늘이 영화 '트루먼쇼'처럼 누가 만들어놓은 천장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난 상관없을 것 같다. 지금 행복하면 됐으니까. 그리고 누가 만들었든 간에 하늘은 그 자체로 너무 황홀하고 아름다우니까. 그런 하늘의 품 속에서 나로서 당차게 살아갈 수 있는 내 삶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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