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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5. 2023

삶은 원래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의미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무의미

삶의 본질은 무의미라고 생각한다. 삶이 원래 의미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면 인간은 그렇게 의미를 찾아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생각을 하며 살고 생각은 없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원래부터 이 땅과 하늘에 수많은 의미가 담겨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이라면 굳이 우리가 모든 자연에서부터 의미를 찾아 맴돌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인간은 세상만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래 무의미한 세상에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의미가 더해지면 세상은 더욱더 빛이 나는 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첨가한다면 그건 그만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이 특별하고 의미가 가득하다고 해서 세상 자체에 없던 의미가 생기진 않는다. 의미는 단지 하나의 생각이자 관념이며 바람일 뿐이다. 삶은 그냥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이 삶과 우주에 의미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좋은 것, 나쁜 것 혹은 천사와 악마도 존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좋고 나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내가 살아가는 것에 모든 의미를 불어넣으려면 우선 '무의미'에 대해서 충분한 사유를 거치는 것이 좋다. 의미는 단순한 생각에 지나지 않으며 생각은 매일 바뀌고 그만큼 의미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언제든지 있다가도 사라지는 허무한 것이다. 삶의 무의미함을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 산다면 내가 부여했던 모든 의미가 사라져도 심각한 공허함에 빠져들진 않을 것이다.


무의미함은 그 자체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난 무의미함이야말로 진정한 위로가 되어주는 하나의 등대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의미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각일 뿐이다. 진짜 의미라는 게 존재한다면 변함없는 고유값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의미는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뒤바뀌는 무의미한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은 원래 그토록 무의미한 것이다.

이런 내 생각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에 불과하다. 이 생각에 내가 만약 의미를 부여한다면 뭔가 그 이상의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의미는 마음이 불어넣는 개념이다. 마음은 내 것일 수도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의미라는 것도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항상 존재하는 것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잠깐 있다가도 없는 것은 그냥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그 의미라는 게 시도 때도 없이 가면을 바꾸고 있으니 그냥 본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 나설 것이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의미가 없는 게 확실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세상은 원래 '하나'이며 그 완벽한 하나는 더 이상의 의미가 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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