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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7. 2023

꼰대의 인격을 정하는 기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

갑자기 등장한 꼰대

어느 순간부터 꼰대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꼰대가 어떤 느낌인지 대충은 알고 있어도 실제로 어떤 게 꼰대를 뜻하는 건지 정확한 뜻은 모른다. 확실한 건 꼰대가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옛날 일을 거들먹거리며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윗사람을 보고 꼰대라고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유형의 꼰대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사람들이 많다. 꼰대가 일상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가 돼서 그런지 정확한 뜻은 모를지언정 그 말이 풍기는 뉘앙스 정도는 이해했기 때문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꼰대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꼰대로 치부해버리고 싶은 마음에 '이런 사람이 꼰대다', '저런 사람이 꼰대다' 말들이 많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 모든 것들의 가치를 매기고 남을 쉽게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꼰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꼰대를 이렇게 정의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범주를 피해 가긴 힘들 것이다. 살면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까 말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사람의 자질과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판단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과 사람의 인격을 연결시켜 자기만의 주관대로 판단하며 해석하곤 한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판단의 근거

예를 들어, 상사보다 늦게 출근하는 신입사원이 있다고 하자. 그건 단지 출근 시간이 조금 다른 것뿐이지만 꼰대 같은 사람은 그런 신입사원을 보고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으로 연결시킨다. 회사가 정한 출근 시간을 어긴 것도 아니지만, 꼰대의 기질이 출중한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상사보다 알아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신입사원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판단해 버린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참 이상한 게 많다. 윗사람에게 술잔을 채워줄 때는 두 손으로 따르는 게 예의라고 배웠고, 실제 나도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윗사람에게 한 손으로 따르는 사람이 '예의 없는 사람'이 되진 않는다. 술잔을 한 손으로 따르는 것에는 아무런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한 손으로 술을 따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을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너무나도 부실하다.

자신이 그래왔으니, 남들도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혹시 그런 걸 손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꼰대는 이런 경우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의 분위기라면 그런 것들이 불가피한 희생이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스스로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을 판단할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너무나도 쉽게 갖다 붙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고, 그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을 판단하는 건 일종의 쾌락이며, 거기에 중독되다 보면 '자기가 옳다'는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그런 기분은 꽤 나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을 쉽게 판단하는 습관이 굳어진다. 꼰대의 인격은 그렇게 형성되어 간다.

대부분은 피해 갈 수 없는 기준

꼰대가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는 이유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기 때문이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게 좋지 않은 이유는 자체적으로 수많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인생의 연륜이 쌓였다고 해도 자기 자신 하나도 옳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사람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행동 하나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사람은 매일 변하는 존재다. 어제 만났던 사람이라고 해서 오늘도 똑같을 리는 없다. 자신도 그렇게 매일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꼰대라는 단어를 입에 물고 사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꼰대와 가까울지도 모른다. 눈에 유독 자주 밟히는 인간유형이 있다면 자기 자신과 많이 닮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본인조차 모르는 마음속의 어떤 부분과 연결이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유 없이 특정 인물이 눈에 밟히진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꼰대력의 척도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꼰대인지 네가 꼰대인지 왈가왈부할 것 없이, 상황을 상황 자체로 보지 못하고 한 사람의 인격과 함부로 연결 짓는다면 결코 꼰대의 범주를 피해 가긴 힘들 것이다.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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