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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6. 2023

내가 경험한 독서모임의 실체

그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독서모임에 가입할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으니 사람 만날 기회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각종 모임을 찾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처음 그런 모임을 가입해 보고 또 오랜 세월 혼자만 해오던 독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기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독서모임에 참여해보고 나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고 많은 모임 중에 왜 하필 독서모임에 들어온 건지 의아할 정도로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았다. 투표를 통하여 한 달에 한 권 정하는 지정도서를 제대로 완독하고 온 사람은 모임날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나 혼자 일 때도 있었다.


난 굳이 독서모임이 아니어도 책을 알아서 많이 읽지만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사람들과의 만남, 여러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 사유의 확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전한 토론을 할 만한 사람은 솔직히 거의 만나지 못했다. 독서모임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는 싶은데 혼자 읽을 의지는 약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조금이라도 읽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왜 굳이 책을 읽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다들 책이 좋다고 하니까 읽는 건지, 정말 뭔가 배우고 싶어서 읽는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억지로 읽을 바엔 차라리 다른 활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취미로 한 달에 한두 권 정도 책을 읽는 사람과 정말 모임 때문에 억지로 읽는 사람과의 온도 차이는 상당하다. 대면하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기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게 될 지정도서를 모임 날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숙제하듯이 겨우 다 읽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모임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몇 페이지만 더 읽으면 완독 한다며 남은 부분을 다 읽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독서모임은 각자 책을 다 읽어내는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독서를 위한 시간을 낼 마음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못하니까 말이다.


다른 독서모임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왠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만 같다. 그냥 이전처럼 혼자 읽고 혼자 사유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것만 같다. 사람들은 뭣하러 독서모임까지 가입해 가며 책을 읽는 것일까. 그렇게 억지로, 한낯 의무감 때문에 읽다 보면 정말 재미도 없을 텐데 그런 짓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 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좋은 책을 눈앞에 두고서도 정작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괜히 내가 서운할 정도다.


혹시라도 독서모임에 다른 뜻을 품고 왔으면, 그 누구보다도 책을 열심히 읽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건만 엉뚱한 곳만 공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위해 시간을 꾸준하게 내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두꺼운 책, 어려워 보이는 책이면 그저 읽을 생각도 안 하고, 베스트셀러나 주변에서 너도나도 다 읽는다는 책만 골라서 읽는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고 싶지 않다.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독서모임의 주된 인원들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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