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독서모임에 가입할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으니 사람 만날 기회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각종 모임을 찾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처음 그런 모임을 가입해 보고 또 오랜 세월 혼자만 해오던 독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기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독서모임에 참여해보고 나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고 많은 모임 중에 왜 하필 독서모임에 들어온 건지 의아할 정도로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았다. 투표를 통하여 한 달에 한 권 정하는 지정도서를 제대로 완독하고 온 사람은 모임날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나 혼자 일 때도 있었다.
난 굳이 독서모임이 아니어도 책을 알아서 많이 읽지만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사람들과의 만남, 여러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 사유의 확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전한 토론을 할 만한 사람은 솔직히 거의 만나지 못했다. 독서모임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는 싶은데 혼자 읽을 의지는 약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조금이라도 읽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왜 굳이 책을 읽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다들 책이 좋다고 하니까 읽는 건지, 정말 뭔가 배우고 싶어서 읽는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억지로 읽을 바엔 차라리 다른 활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취미로 한 달에 한두 권 정도 책을 읽는 사람과 정말 모임 때문에 억지로 읽는 사람과의 온도 차이는 상당하다. 대면하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기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게 될 지정도서를 모임 날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숙제하듯이 겨우 다 읽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모임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몇 페이지만 더 읽으면 완독 한다며 남은 부분을 다 읽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독서모임은 각자 책을 다 읽어내는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독서를 위한 시간을 낼 마음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못하니까 말이다.
다른 독서모임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왠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만 같다. 그냥 이전처럼 혼자 읽고 혼자 사유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것만 같다. 사람들은 뭣하러 독서모임까지 가입해 가며 책을 읽는 것일까. 그렇게 억지로, 한낯 의무감 때문에 읽다 보면 정말 재미도 없을 텐데 그런 짓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 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좋은 책을 눈앞에 두고서도 정작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괜히 내가 서운할 정도다.
혹시라도 독서모임에 다른 뜻을 품고 왔으면, 그 누구보다도 책을 열심히 읽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건만 엉뚱한 곳만 공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위해 시간을 꾸준하게 내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두꺼운 책, 어려워 보이는 책이면 그저 읽을 생각도 안 하고, 베스트셀러나 주변에서 너도나도 다 읽는다는 책만 골라서 읽는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고 싶지 않다.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독서모임의 주된 인원들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