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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30. 2023

나는 아직 친절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를 너무 엄격하게 바라보는 자신


마음처럼 되지 않는 마음

저는 주로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한 집도 좋지만,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장소는 여전히 카페입니다. 그곳에 가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글을 쓰는 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좋은 카페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역을 가던 제가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요.


제가 주로 가는 카페의 직원분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합니다. 커피값에 비해 장시간 오래 앉아있는 민폐를 끼칠 예정인 게 부끄러울 정도로 웃는 얼굴로 맞이해 줍니다. 하지만 저는 왜 그리도 인사 한번 제대로 받아주는 것이 힘들까요. 오늘도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후회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할 때 웃는 얼굴로 눈인사라도 할 걸'하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표정이 굳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정확히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어린 시절에 그 원인이 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마음은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싶습니다. 친절을 베풀면 제 기분도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저는 어디 가서 일부러 불친절하게 구는 일은 없지만, 웃는 얼굴로 화답하는 것을 정말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매번 후회를 하면서도 쉽게 바뀌지가 않네요.



내게 보내고 있었던 신호

혹시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너무 빡빡하게 구는 것에 대한 영향이 그렇게 퍼진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저를 가만히 놔두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 제게 당근을 줄 생각은커녕 하루종일 채찍질만 해댑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쓰고, 업무 중에도 틈틈이 글 쓰고, 저녁엔 사랑하는 아내와 담소를 나누면서도 머릿속 한켠에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요동치는 걸 느낍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스스로를 못 살게 구는 것에 비해 하는 것마다 꽤 잘해왔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정도 보상도 해줄 법한데 매번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갔던 게 습관이 됐나 봅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저는 제 자신에게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주제에 비해 기준은 높은 나머지 항상 '더 많이', '더 높게'만 요구했나 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조금은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고, 웃는 얼굴로 대하고 싶어도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저에게 모질게 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내어주는 직원분에게 매번 웃지 못하고 거의 무표정으로 대충 흘리듯 대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유독 그게 신경이 쓰였던 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좀 더 친절하라는 일종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잘 살아왔던 저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야겠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과 망상 그리고 집착에서 벗어나 저에게 조금씩 천천히 너그럽게 다가가기 시작한다면, 왠지 다른 사람들의 친절도 달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생각보다 꽤 오랜 세월 동안, 남들의 친절을 시원하게 받아내지 못하는 게 은근히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이렇게 원인이 밝혀지기도 하네요. 글쓰기의 힘은 역시 대단합니다.


이렇게 전 또다시 깨닫습니다.

문제는 항상 내 안에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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