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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23. 2023

순간적인 감정에 속아 넘어가지 말 것

감정에 집착하면 관계를 망친다


내 감정이라고 다 챙길 필요는 없다

난 감정기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 저항 지수가 최상위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웬만한 일로는 기분이 상하지도 않으며, 살면서 화를 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심신이 평화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귀에 꽂히는 아내의 기침소리를 들을 때면, 내 안에도 확실히 화가 없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내의 기침 소리는 꽤나 우렁차기 때문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씩 예기치 못하게 커다란 소리가 귀에 꽂히면 속에서 뭔가 화끈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음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화'에 가까운 감정이 마음을 지배하려고 시도하는 게 느껴졌다.


소리 자체는 날 화나게 하려는 의도가 없다. 단지 내게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력이 살아 있고, 뭔가가 내 귀에 들린 것뿐이다. 어떤 소리를 듣고 감정이 내면으로부터 피어나더라도 그에 대해 판단하려는 마음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상황에 대한 최종결정권은 오로지 내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약 내가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에 일일이 반응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은 매번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후회로 남을 법한 일들을 저지르게 될 확률이 높다.



관계의 평화는 마음가짐이 결정한다

난 마음에서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무작정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편이다. '내 안에 지금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기침 소리를 듣고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하는구나'라며 마치 나를 관찰하고 있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유도하게 되면 아무리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도 금세 사라져 버리는 걸 깨닫게 된다.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예컨대 아내의 기침 소리에 의해서 뜨거워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관계에 악영향을 불러오는 감정보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먼저 일어났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도 한 명의 인간이라서 그런 것까지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만약 내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에 그대로 반응한다면, 아내의 기침소리를 듣고서 표정을 일그러뜨리거나 아내에게 '기침소리 좀 조절하라'며 핀잔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상황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감정에 내맡긴 채 관계를 이어간다면 아마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인간관계라도 건강하고 평화롭게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가짜에 속아 넘어가지 말 것

감정이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진 않는다. 감정은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신호를 내게 전달하지만 내 삶에 모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의외로 감정은 나의 진심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체적인 필터링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해석과 상대방의 견해는 매칭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곧이곧대로 현실에 드러낸다면 많은 사람들과 잦은 마찰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


감정에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인내와 지혜를 갖추게 되면, 매 순간마다 느끼는 감정들이 대개는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금세 사라지고 없는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은 바로 감정을 흘려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떠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사랑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순간적인 반응에 집착한다면 좋을 게 없다.

감정은 일종의 신호일뿐이다. 


하지만, 관계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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