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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01. 2023

사실 아무것도 변할 필요가 없다

한 가지만 깨달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

옛날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 가기 전부터 마음이 들뜨고 설레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만 다가오면 아쉬운 마음이 온몸을 가득 메우곤 했다. 하루만 더 머물다 가고 싶고, 익숙한 집을 떠나 색다른 곳에 있는 것이 마치 해방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그리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떠나는 건 여전히 신나고 좋지만 예전만큼 그렇게 마음이 들뜨진 않는다. 다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내가 이렇게 변한 건,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하루는 별 거 없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와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 시간이 되면 회사로 출근해 내게 주어진 업무를 해낸다. 퇴근 후 저녁이 되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단지 여기서 글을 조금 더 쓰냐, 안 쓰냐의 차이밖에 없다.


누가 내 일상을 본다면, 되게 단조롭고 그렇게 재밌어 보이진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필요한 게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모든 걸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부족한 것도 없고 딱히 갈망하는 것도 없다. 물론 나도 꿈은 있지만, 이미 그 꿈을 살아내고 있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여행의 본질

일상 자체가 좋아지다 보니, 신혼여행 때처럼 이탈리아로 9박 12일의 여행을 가든 이번처럼 강릉으로 2박 3일의 여행을 다녀오든 여행 중에는 적당히 즐겁고, 집으로 가는 날이 다가오면 오히려 더 좋다. 쉽게 말해서 여행이 내게 주는 자극은 줄었지만, 모든 것이 평균적으로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이전에는 여행을 떠나는 게 지긋지긋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위해 잠시 멈춤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상해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젠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이 점점 더 좋아지게 된다. 이만큼 더 큰 보상은 없다고 본다.


열심히 살아온 날들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기에 굳이 맛집을 찾아가 줄을 기다리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 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지기에 굳이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 수많은 인파 속에 섞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아가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 기가 빨리고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든다.


세상의 본질을 알면 알수록, 삶에 있어서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행복한 삶도 사실 별 거 없다는 말이다. 여행 중에 받는 모든 자극은 결국 나를 통해 들어오게 된다. 여행도 단지 자기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끼기 위한 단순한 장치나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

일상이 좋아진다는 건 '나'와 더욱 친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자신과 친해지면 좋은 점은 굳이 다른 게 필요하지 않고, 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내면의 나와 소통을 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의 의미가 한층 더 깊어진다. 그렇게 인생은 더 재밌어진다.


내가 변하면 일상이 변하고, 일상이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좋은 소식은 내가 변화하는 것에는 특별한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삶이 변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건, '아무것도 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만약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거나, 혹은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갈 즈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텐션이 떨어지고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생각과 마음의 본진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엉뚱한 곳에 가 있을 확률이 높다.


자신과 삶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안다면 '온전한 지금'이라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현재를 소중히 대하고 순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거나 색다른 체험을 할 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황홀하다면 그건 경험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평소 일상이 고달프고 그동안 많이 지쳤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여행을 떠나기 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고 나라는 존재가 이미 완벽하다는 진리는, 가만히 멈춰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세상을 깊게 관찰하다 보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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