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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04. 2023

일단 뭐라도 쓰세요

매일 뭐라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 연습이다


비장의 무기


오늘 글쓰기 연습방에서 제시어로 '비장의 무기'가 나왔다. 내 비장의 무기는, 키워드에 쫄지 않는 여유가 내가 가진 비장의 무기다. 비장의 무기라는 말은 평소에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자주 생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장의 무기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고 하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자주 쓰지 않는 단어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생소한 단어로 글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글쓰기의 난이도를 결정짓는 건 아니다. 임의의 단어와 어울리는 찰진 걸작을 써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초심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목적은 그런 완벽한 조합을 뽑는 게 아니다.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는 것은 '일단 쓰는 것'이다. 뭐가 됐든 간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행동한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을 만큼의 형편없는 글도 자주 나타나지만, 일단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어떡해서든 뭔가를 써내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애써봤자 현재 나의 수준만큼의 글이 나올 뿐이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누가 외계어를 제시해도 그에 관해 망설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스스로 멈추는 일이 없다.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건 그 생각을 덮는 다른 생각뿐이다. '주제에 맞게 글을 써야 해', '다양한 어휘를 써야 하고 맥락에 맞는 글을 써야 돼'와 같이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쓰기 어려운 주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써내려면 일단 뭐라도 써낸 다음 다듬는 게 좋다. 처음부터 만족할 만한 글을 써내는 것만큼 과한 욕심도 없다.


그냥 쓰다 보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게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익숙한 단어든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든 뭐가 눈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런 생각을 옮겨 적기만 하면 예상보다 훌륭한 글이 튀어나올 수도, 생각했던 것만큼 쓰레기 같은 글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훌륭하니, 쓰레기니 하는 그런 판단은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썼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에서는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쓰는 게 중요하다. 좋은 글은 따로 있다거나, 읽는 사람들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글쓰기를 망설이는 것만큼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 것도 없다. 혼잣말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글쓰기는 또 다른 형태의 혼잣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일단 쓰고 보자.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 안에 많은 것들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오늘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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