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을 거스르는 노력은 고생만 하게 된다
항상 잘 되고 싶어서 발버둥 쳤지만 어떻게 해야 잘 되는 건지 몰랐다. 항상 인정받고 싶어서 발버둥 쳤지만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건지 몰랐다. 모르는 만큼 더 무식하게 열심히만 살아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물결을 거스르는 노젓기였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차라리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는 꼭대기에 있는 것이라면 의미라도 있었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꼭대기인지 내리막길인지도 생각한 적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인생이 재밌는 건 잊을 만하면 예상 밖의 일들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내 삶이 밝아지기 시작한 건, 오히려 내가 발버둥 치는 걸 포기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돌이켜 보면 결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과정에만 충실하고 집중하는 것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나는 중간이 없었다. 망상과 착각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항상 결과는 최상이었다. 어찌 보면 내 인생이 굴곡이 심했던 이유가 발버둥 치면 최하를 달리고, 발버둥 치는 것을 내려놓으면 최상을 달리기 때문에 그 간극의 차이에서 오는 공허함이 커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사람이 발버둥 치는 건 과한 욕심 또는 조급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언제나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 컸기 때문에 겉으론 얌전해 보여도, 속으론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다 이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게 혼자 애를 태우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일종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에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에 쓸 힘은 별로 없었다. 난 나도 모르게 자체적인 페널티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동등하게 경쟁해도 시원찮을 판에 스스로 에너지를 갉아먹었으니, 마음처럼 일이 풀릴 리가 없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특히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에너지 낭비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최상의 결과를 떠올리는 것보단,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떠올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최근에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잘 쓰고만 있다가, 언제부턴가 조바심이 나더니 슬슬 발버둥을 조금씩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후회스러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다시 나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글이 써지지 않을 때마다 무작정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곤 한다. 확실히 산책은 명상만큼이나 심신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난 흐르는 물결에 둥둥 떠 내려가는 죽은 물고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속삭이는 마음의 사기행각에 속아 넘어가고 싶진 않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인생의 방향을 잘 조절했다면, 아무리 고달픈 게 인생의 본질이라 할지라도 상상했던 것보다 그리 힘들진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련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견딜 만한 것들만 주어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