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인간관계
너와 나의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건 말은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아예 모르던 사이였을 때와, 적당히 거리감이 있을 때, 아주 가까워질 때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가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건 좋은 일, 나쁜 일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상황에 따른 관계의 채도만 변할 뿐입니다.
인간은 부정적인 것들에 강한 자극을 느끼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라도 부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것부터 눈과 마음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무리하게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아주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새롭게 알게 됐을 때, 결의 마찰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게 됩니다. 거리감은 불편을 낳고,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친해지고 관계가 돈독해 집니다.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관계가 가까워지면 상대방을 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나의 일부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그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면 그만큼 챙겨주고 싶은 마음과 기꺼이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대가 없이 필요한 것을 선물하기도 하고, 이유 없이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라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마음의 합이 맞아서 죽마고우 같은 사이가 된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나와 다른 존재의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합을 맞추다 보면, 비교적 다른 사람들과는 높은 확률로 마음이 맞을 때가 많겠지만, 언젠가는 틀어지는 날이 오게 됩니다. 가까운 사람과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쌓여왔던 상대방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기대감 때문에 오히려 데면데면한 관계보다 더욱더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대하는 마음이 관계의 문제를 불러옵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부부관계나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남은 남입니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사람은 매일 변한다는 겁니다. 어제의 질문과 오늘의 질문의 대답이 당연히 다를 수 있는 게 사람이고 인간입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지혜가 부족한 겁니다.
기대하는 마음도 그렇지만,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마음도 관계를 망치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관계가 가까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집어 넣으려고 시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모른 채, 상대방에게 모든 탓을 돌리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마찰이 빚어지면 비로소 남탓이 시작되는 겁니다.
인간관계란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틀어지게 되어 있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계가 돈독해진다고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아닙니다. 거리감이 있었을 때의 장단점이 뒤바뀐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뿐입니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너와 나의 관계'이기 이전에 '나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마음공부를 하고 상황에 맞는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수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거나, 뒷일을 미처 깊게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지르게 되는 게 실수입니다. 관계의 틀어짐이 어떤 상황에서 빚어지는지 이해하고 나름의 대비를 할 수 있다면 비교적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관계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겁니다. 바람처럼 왔다 가는 것이 인간관계라고,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바람처럼 왔다 가는 인간관계에 공감을 하신다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마음가짐을 장착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참 묘합니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가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관계는 더 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와 나의 사이를 좋은 방향으로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가장 현명한 처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비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