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을 일로써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

by 달보

접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접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그릇들을 직접 설거지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설거지를 하지 않으니 그만큼 편리하긴 하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도 일어나긴 한다. 그 이유는 식세기를 사용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나중에 직접 손으로 설거지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너무 귀찮아할까 봐서이다.


난 집안일에 대해서 스스로 최면을 걸어놓고 살아간다. '모든 집안일은 귀찮은 게 아니라 하면 좋은 것들이다', '눈에 보일 때 바로 처리할수록 내 인생이 행복해진다', '내가 먼저 하면 아내가 편해지고, 아내가 편해지면 내 인생이 편해진다'라는 식으로 나 자신에게 세뇌를 시킨다. 어차피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 편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일종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뇌 속에 심는 것으로써 해야 할 일을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식세기 같은 것을 사용하게 되는 만큼 내가 스스로 내게 주입했던 마인드의 고삐는 점점 풀어지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일도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되면 예전처럼 다시 귀찮아지는 일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한동안은 식세기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겨우 다잡은 나의 마음이 풀어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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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식세기를 사랑한다. 각종 거치대의 용도에 맞게 접시와 그릇 그리고 컵 등을 알맞게 꽂는 것도 재밌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식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부담감이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해서 경계심을 항상 놓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나 편리함은 없던 불편함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한쪽에 무게가 실리면 어느 한쪽은 기울게 되어 있다.

뭐든지 하찮게 여기는 것들은 언제나 불편한 일처럼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본인의 멘탈을 위해 자체적인 의미를 불어넣는다면 뭐든지 할 만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게 놓인 불편함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게 되면 그것에 적응이 되면서 더 이상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불편함을 다른 것들에 의지함으로써 덮게 된다면, 당장엔 해결이 된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는 순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을 '일'로써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지루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무한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요소들을 일종의 '놀이', '게임'처럼 여기며 생활에 현명하게 적용해 나갈 수 있다면 인생의 난이도는 훨씬 낮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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