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게 정상인 마음
나도 항상 마음이 흔들린다. 한때는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고자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마음은 원래 흔들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마음이 유독 흔들릴 때면 애써 그것을 잠재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은 애써 부여잡지 않고 내려놓을수록 쉽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법은 내 안에 피어나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더 잘 느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내면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기만 해도 집착과 착각 망상 같은 것들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부행동'을 하는 것이다. 난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으려 할 때마다 주로 글쓰기나 산책을 하곤 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포인트는 어떤 것에 몰입함으로써 '현재라는 프레임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떤 결과물이 현실에 드러나는 것이면 더욱더 좋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을 덜어내겠다고 마음을 흔드는 것의 주체인 생각 자체에 몰입하게 되면 오히려 더 망상의 늪에 깊숙하게 빠지는 꼴이 된다. 그러니 생각 자체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MBTI'는 하등 쓸모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존재다. 이를테면 내향적인 사람은 비교적 많은 상황에서 내향적인 성향을 띠는 것뿐이지, 외향적인 면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다.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조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간의 갖가지 면모를 언어로써 구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MBTI 같은 것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구분 지어놓은 인간의 광범위적 기준들이 얼추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맞는 것뿐이지, 그것만으로 한사람 한사람을 단정 짓고 구분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의 생각으로 만들어 낸 분류로써 인간의 유형을 판가름 짓기에는, 인간의 생각은 생각보다 허튼 구석이 너무 많다.
단 한순간도 똑같은 적이 없었던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면서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어제 먹었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어제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사랑이 변하는 것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원래 떨어져 있었던 마음이 가까워졌던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음은 상황에 따라서, 상태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지녔다고 해서 전혀 자책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흔들리든 간에 나만 무너지지 않고 이곳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멀어졌던 마음도 결국 제자리로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는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간으로서 최대한의 평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라는 순간에 최대한으로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