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

빨간 날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by 달보


사람들은 주말과 대체공휴일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 있는 하루 이틀 같은 날에 연차를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한 사람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난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빨간 날을 챙길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공휴일이나 주말 같은 날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이직을 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빨간 날을 다 챙기고 특히 어중간하게 휴일 중간에 끼어 있는 평일에도 부담 가지지 않고 연차를 쓸 수 있으니 확실히 좋긴 좋다. 그만큼 글 쓸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남들 다 쉴 때 쉬는 사람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도 없고, 남들 다 노는 데 어김없이 출근하는 사람이 무조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상황에 놓여있든 간에 현재라는 순간과 오늘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방구석 침대에 편히 누워 있는 사람조차도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쉬는 날에 집에서 하릴없이 SNS나 들여다보거나, 하루종일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거나,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회사로 나가서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대개 콘텐츠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 콘텐츠가 좋아서가 아니라, 즐길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리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시간을 때울 거리를 찾는다. 시간을 메꾸지 못하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본인의 인생을 마주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잘 잡아먹는 킬링타임 콘텐츠를 즐기고 나면 항상 찾아오는 감정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공허함이다. 그리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욕망'이 그 뒤를 따른다. 이런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굴게 된다. 그리고 평소에 '할 게 없다', '심심하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의 실험용 쥐가 되어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렇게 그들이 내주는 밥이 아니면 단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으로 추락해 버리는 비극이 벌어진다.






자신만의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자유시간은 오히려 독이다. 인생의 방향에 대한 생각도,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상을 지내면서 몰입할 그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엉뚱한 곳만을 바라본다. 난 이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빨간 날에 회사에 있느냐, 집에 있느냐가 행복의 척도를 가르진 못한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재라는 바다에 마음의 닻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나 불행한 것이다.


회사로 출근하는 게 싫은 이유는 출근해도 마음이 항상 다른 곳에 있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리 회사가 싫어도 '어떤 일에 몰입할 때'만큼은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몰입에 빠져든 사람은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그 외의 잡생각은 끼어들 틈도 없다. 몰입에 빠진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좋은 자극'이 뒤따라서가 아니라,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쓸데없는 감정도 뒤따르지 않고 '행동'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몰입에 대한 보상의 대부분을 회사가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불행을 불러올 뿐이다.


모든 상황은 생각하고 해석하기 나름이다. 빨간 날에 쉬는 사람이라고 해서 마냥 쉬는 게 아니다.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간에 누구나 결국엔 '일'을 하는 셈이다. 여행을 떠난 사람도 결국엔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여행하는 중'이라는 마음으로 내내 돌아다닐 뿐이다. 집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있다. 단지 '쉬고 있는 중'이라는 믿음을 갖고 편하게 있는 것뿐이다. 단지 집에서 누워 있다거나 여행을 떠나는 게 진정한 '쉼'이라면 그 뒤에 따라오는 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제대로 쉬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진정한 '쉼'은 아니다. 자도 자도 피곤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여행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한 피로를 불러오게 된다. 진정한 휴식과 충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혜를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자신을 위한 재료로 현명하게 소화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빨간 날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회사로 출근해도 주어진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쉬는 날에 자신만의 할 일이 있고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빨간 날은 조금씩 늘어가지만, 세상이 내어준 시간을 도로 세상에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만약 쉬는 날에 마땅히 할 게 없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힘들고 불편하겠지만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기 이전에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미리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진지하게 사유해보지 않은 채로 살다가 훗날에 우연히 뒤늦게 '뭔가 잘못됨'을 깨닫는 것만큼 커다란 비극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답을 가슴속에 안고 살아간다. 용기를 내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자는 상상 이상의 빛을 보게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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