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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13. 2023

목표를 세우는 게 위험한 이유

신념이 굳어지면 소소한 행복도 알아보지 못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 해도 결코 행복이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증거는 바로 우리 일상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돈을 이미 벌어들이고 있다. 끝을 모르는 욕망이 탐내는 것을 가지지 못할 뿐, 돈 없어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기가 아닌 먼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은 막막하고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도 모자라 주변에 그 기운을 전파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이뤘을 때 진정한 행복을 거머쥘 만한 사람은 일상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앞만 보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일상을 소중히 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는 데만 몰두하여 내달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어떤 굳은 신념에 묶인 채로 끌려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행복이란 여정 그 자체에 있거늘, 욕망에서 잉태된 목표 하나만 이루어지면 다 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목표는 인간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목표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눈에 들어오는 다채로운 세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 것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목표에 대한 갈망은 '그냥 사는 것'도 어려워하는 인간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잘 살고 있으면서 항상 뭔가를 '더' 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원했던 것들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이루어진 것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루어진 현재 시점을 돌아보면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것들을 욕망하고 갈망하고 꿈꾸며 있지도 않은 것들을 거머쥐려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성취한 것들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기억도 잘하지 못하며 여전히 '더' 원하느라 주변을 놓치고 현재를 알아보지 못한다. 생각이 만들어내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러한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목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돼'라든가, '무조건 해내야만 돼'와 같은 신념이 굳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 어떤 위대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벽돌 틈새에 피어난 풀 한 움큼의 아름다움과 대단함도 발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인생에 도움도 되지 않는 하등 쓸데없는 것이다.


인간은 어딘가에 얽매여 사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욕망의 늪에 빠지는 건 '생각'이 좋아하는 놀이지, 우리는 그런 걸 애초에 원한 적이 없었다. 평소 생각에 이끌릴 때마다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명상은 수많은 자극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인의 필수 스킬이 돼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비로소 행복이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너무 빠져들지만 말자. 목표의 달성여부와 인생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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