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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25. 2023

베스트셀러를 비싼 돈 주고 사 읽어야 할까?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유


책을 삶에 들이면서 변동지출항목에 책값이 추가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던 즈음에는 교보문고를 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몇 권 사서 읽어보는 식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고 싶은 책이 많아지면서 책값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알라딘을 알게 됐고 중고서점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고서점의 저렴한 책값도 나의 불타는 독서욕구를 진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중고서점을 지나 내가 맞닿은 곳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책을 좋아했던 사람치고는 도서관에 닿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생각은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읽는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치고는 어이없게도 책값에 등이 떠밀리다 보니 얼떨결에 도서관에 닿게 된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책값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막상 도서관을 다녀보니 대출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고, 신간도서도 잘 나왔다. 확실히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 책들은 대출하기가 힘들었지만, 대출예약을 걸어둔 채 여유를 가지고 몇 주 기다리다 보면 금세 예약도서가 도착했으니 책을 가져가라는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밀리의 서재라는 전자책 앱을 이용하고 있다. 덕분에 도서관마저도 거의 가지 않게 되었다. 종이책이 아니면 눈에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게는 밀리의 서재가 너무 편리했기 때문에 구독료가 아깝지 않았다. 밀리는 언제 어디서나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시간과 돈까지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대형서점 외의 경로를 통하여 책을 접할 때면 매번 겪게 되는 단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모든 책을 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따끈따끈한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를 보는 데 제약이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 도서관, 밀리의 서재까지 다른 건 다 좋은데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까지 다 읽을 수는 없었다. 원하는 책을 바로 읽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로는 아무래도 대형서점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난 신간도서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심지어 베스트셀러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오히려 잘 읽지 않게 편이다. 독서를 처음 할 때는 나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 위주로 읽었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세상에 나와 있는 책의 종류는 너무 많으니 갈피를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수많은 책들에 실려 있는 내용이 어딘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책들이 큰 범위 내에서는 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신간도서가 처음엔 참신하고 신선한 내용 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대부분의 신간도서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작가 특유의 고유한 감성이나 색채가 배인 책의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독자가 얻고자 하는 내용면에서는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보다 내용이 드라마틱하게 신선하지 않다. 그래서 난 읽고 싶은 신간도서가 밀리의 서재나 도서관에 없을 때는 그 책과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법한 다른 책들을 찾아 읽는 편이다.


특히 베스트셀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신뢰도가 떨어진다. 요즘은 거의 베스트셀러 책들은 거의 읽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베스트셀러라고 사서 읽었다가 돈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 만큼 별로인 책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단지 유명한 사람이 썼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많은데, 인기 많고 명성이 자자한 작가들이라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고정관념과 환상에 빠져 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베스트셀러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보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읽히는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쉽게 읽히는 글'과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은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것들과 아주 조금이라도 중복되지 않은 책들이 어딨겠냐만은 내가 경험했던 가벼운 책들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았다. 유독 다른 책과 중복된 내용이 많은 책일수록 해당책을 쓴 저자는 '그 책과 내 책은 다르다'라는 걸 강조했다. 일종의 과학처럼.




여하튼 요즘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믿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뜨거웠던 자청의 '역행자'같은 책에 실려 있는 '자의식 해체'니 뭐니 하는 개념들도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사막을 거닐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마냥 역행자의 내용을 떠받들다시피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물론 나도 그 책을 재밌게 읽긴 했지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역행자의 내용보다는 편집의 기술을 보며 감탄했었다. 그만큼 재밌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요즘 책값이 너무 부담스러워졌다. 만 오천 원 이하의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을 주는 깊은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베스트셀러를 가끔 사서 읽어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팔린 책이라는 기대감 때문인건지 매번 실망하기만 했다. 나를 깨워주는 그런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덕분에 베스트셀러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그래서 난 갓 나온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를 굳이 비싼 돈 주고 사 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책값을 매기는 가치와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권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울림은 다른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으니 뜨거운 감자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상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해졌다. 돈이 넘쳐나거나 소장욕구를 채울 게 아니라면 독서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책들보다 이미 검증된 명저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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