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자랑은 아무 쓸모 없다
돈 버는 자랑은 아무 쓸모가 없다.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삶의 행복은 비례하지도 않으며 돈을 많이 벌기만 해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하게 되면 적은 월급을 받고 덜 쓰는 사람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월급이 400만 원인데 한 달 지출금액이 300만 원인 사람과 월급은 300만 원인데 한 달에 쓰는 돈이 100만 원인 사람이 있다면 난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과소비는 일종의 병이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의 공통점은 남들의 주목을 이끌 만큼 자극적이고 비싸다는 것이다. 이쁜 쓰레기는 세상에 생각보다 많이 널려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걸 갖기 위해서 생각보다 정말 많은 돈을 투자한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건 결과적으로 어떤 느낌이나 감정이 전부이건만, '원하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서 불필요한 지출이 점점 더 커지게 된다.
확실히 비싼 게 좋긴 하다. 비싼 것들 중에는 이쁜 쓰레기가 아니라 정말 효율이 좋고 괜찮은 것들도 당연히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깊게 빠지게 되면 '기준점'이 너무 올라가서 문제다. 한 번 올라간 기준은 내려갈 생각이 없고 최초의 기준들을 충족시킨 욕망은 사그라드는 법이 없다. 좋은 것을 사고 자극적인 경험을 할수록 사람들은 '더, 더 더'를 외친다. 그건 일종의 악순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라는 이유로 본인도 그걸 가지고 싶어 하는 게 정상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 많은 사람들 전체가 이상한 사람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도 결국 한 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다수가 취하는 행태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따라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따라 하는 건 본인만의 독보적인 가치관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사람들은 서로 큰 틀에선 비슷해 보이지만 깊게 들어갈수록 전혀 다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편리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런 것들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원래 없던 불편함'을 불러오기 때문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기는 커녕 오히려 욕망의 덩치만 더 부풀리는 꼴이 된다. 좋은 걸 쓰면 좋은 것만 찾게 된다. 좋은 것만 찾게 되면 만족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삶의 유형 중 하나다.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들은 소비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충족감에 중독되어 있다.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구멍들을 소비를 통해 메꾸려고 한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물건 자체를 갖고 싶어서 돈을 쓰는 게 아니다. 그 물건을 가짐으로써 본인이 얻게 되는 보상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얻어내는 갖가지 보상들은 아쉽게도 내면의 결핍을 전혀 채워주지 못한다. 그렇게 돈을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삶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욕망의 늪으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현명한 소비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비싼 물건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들은 짠돌이 짠순이가 아니라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정해진 소비'를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은 몰라서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알기 때문에 돈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돈 쓰는 게 더 힘들다. 돈을 쓰려고 해도 갖고 싶은 물건도 없고, 그런 물건을 사들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분과 감정을 다른 것들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효율적인 소비를 통해서 월급을 현명하게 저축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소비습관에 가려진 심리적 고충이다. 돈은 필요 이상으로 쓸 필요가 없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삶에서 필요한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대사회는 이미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어떡해서든 남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사회로 진출해서도 끊임없이 이런저런 희생을 자처한다.
'뭔가 더 원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욕망의 술수에 놀아나거나, 아주 늦은 시기에 진실을 깨닫고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