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
자녀에게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모든 것들은 아이의 깊은 구석에 억압되었다가 나중에 더 큰 것으로 돌아온다.
나 같은 경우 어릴 때 가장 답답했던 건 부모님의 '공부 열심히 해라'는 소리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알고 싶었던 건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나도 공부 잘해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칭찬도 받고 상도 타고 싶었다. 반에서 1등도 하고 싶었다. 근데 어른들은 공부를 하라고만 할 뿐, 어떻게 공부를 하는 건지 아무리 물어봐도 도통 알려주는 법이 없었다. 대답을 흘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중학생 때 수학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공부를 아예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른들도 몰랐으니 그런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들의 침묵이 내겐 상처였다.
그래서 난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는 부모들을 보면 답답한 기분이 든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애들과 전쟁인 부모들이 많다. 자신들은 눈 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만지작 거리면서 애들한테는 무조건 안 좋은 거라며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통제한다. 그러나 애들도 보는 눈이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이 눈에 들어오면 아무리 멋 모르는 애들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억압되면 훗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른다.
가장 좋은 건 아이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이해시켜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막무가내로 조절하기 이전에 왜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지부터 공부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애들도 사람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애들이 비정상인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주범은 아무래도 부모라는 존재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럴수록 더 아이들을 믿고 내맡길 줄 아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의 효과를 볼 생각은 접고 일단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천천히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애들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좋은 버릇이든 나쁜 버릇이든 간에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똑같이 따라 하는 것뿐이다. 부모라는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
부모의 심성이 착한지 나쁜지는 둘째 문제다. 일상에 온갖 자극적인 것들로 도배를 하며 살아가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당연히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공부는 애들이나 하는 거라며 뒷전으로 미루고 본인은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맥주 한잔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면 애들이 어떻게 자라든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
공부하지 않고 사색하지 않는 부모는 애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없다. 시대가 이리도 빨리 변하는 데 본인이 부모라는 이유로 애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이미 소통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운명선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젊은 부모일수록 자신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정보화 시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라서 그런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식의 저주에 갇힌 나머지 애들이 자기들보다 훨씬 더 앞서나간다는 생각까지는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조건 안 좋다며 제한만 하는 부모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굳이 제압하며 통제해 봤자 별 효과도 없다.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뭐가 좋고 나쁜지는 다 알고 있다. 단지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왜 자꾸만 손이 가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것들로부터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를 뿐이다. 아이들의 부모가 그런 것처럼.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본인의 성장과정을 최대한 자세하게 떠올리며 되짚어보는 것이 좋다. '나는 다르게 키운다'라는 그 강한 마음과는 다르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인이 성장했던 것과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 큰 어른이 되서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완벽한 독립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부모의 영향은 생각보다 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모라는 책임감은 무겁다.
본인도 왜 그것이 좋고 나쁜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나름의 기준도 없이 아이들에게는 '공부 해라, 스마트폰 하지 마라'는 말만 내세우면서 자기 자신이 솔선수범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그런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없는 아이들에게 반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또 다른 공부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먼저 깊고 넓은 사람이 되는 게 아이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