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메인 노출은 양날의 검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그중 브런치 메인에 노출된 글이 생각보다 꽤 된다. 사실 난 브런치에 글이 노출되기 전부터 이미 브런치 글쓰기 관련 책과 다른 작가님들이 브런치에 올려주신 글에서 '메인노출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됐을 때도 신기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막 기뻐하지도 않았다. 글이 메인에 노출되는 건 진짜 말 그대로 노출이 되는 것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좋은 글'이라서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메인노출과 글의 퀄리티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건 브런치 메인에 떠 있는 글을 몇 개만 클릭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메인에 걸려 있는 글 중에서도 라이킷이 현저하게 적은 글이 많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라이킷과 댓글 수는 메인노출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기준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특정 키워드를 잘 섞어내면 메인에 노출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정돈되지 못한 글이 브런치 메인에 노출된다면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클릭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 내 글이 노출되는지의 여부나 관심은 끄는 것이 좋다. 물론 어렵게 쓴 글이 메인에 걸리게 된다면 당장엔 기분이 좋겠지만 그로 인해 글쓰기를 방해하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마음에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끝없는 욕심이 탑재된 인간인 이상 브런치 메인에 글이 몇 번 노출이 되면 '브런치 메인에 한번 더 노출이 됐으면 좋겠다', '노출이 되기 위해서라도 글을 더 잘 써야지'와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이런 생각들이 진짜 사람 잡는다.
뭔가를 더 원하기만 하는 욕망과 필요 이상으로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집착은 인생 자체를 뒤흔드는 대표적인 훼방꾼이기도 하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는 것들이다. 어쩌다 우연히 다가온 환상에 휘말려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글쓰기 습관을 망치지 말자.
난 나와 관계도 없고 내 글에 큰 관심도 없을 사람들에게 노출 한 번 돼 보자는 하찮은 이유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난 욕심이 많아서 그런 신기루에 불과한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영원한 것을 원한다. 그런 내게 있어서 브런치 메인에 글이 노출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브런치 메인에 글이 노출된 것은 우연히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이 만들어 낸 그늘 아래 잠시 서게 된 것과 다름이 없다. 난 그런 그늘 아래서 잠시 시원해졌다는 이유로 파카를 꺼내 입을 바보가 아니다. 아마 브런치에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일 거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최적의 플랫폼이다. 그런 공간에서 조회수와 라이킷이 잘 나오고 메인에 자주 노출이 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런 일 앞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냥 매일 써내는 것만도 힘든데 괜히 마음까지 이리저리 휘둘리게 되면 되려 힘만 빠질 뿐이다. 기쁘거나 좋은 일도 한 번 일어나고 나면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너무 기뻐하는 것도, 너무 좌절하는 것도 진정 나를 위한 좋은 일은 아니다.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든 말든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의를 두지 말고 그저 '오늘도 글을 써냈다'는 소소한 사실에 만족하며 덤덤하게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작가의 삶을 살아내는 현명한 자세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