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중요한 시대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사람들을 보면 마치 취미라는 웨이브를 함께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SNS를 하지 않고 가끔 귀에 들어오는 말만으로도 다들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은 그 취미가 바로 캠핑인 것 같다. 근데 요즘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진짜 캠핑을 좋아하고 자연을 즐기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은 순수하게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고자 캠핑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 앞에서 장비빨 세우며 자연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색다른 자극을 받으며 술을 먹고자 캠핑을 즐기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걸로 봐서는 후자를 위해 캠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점점 산으로 간다 싶은 생각의 정점을 찍은 건 캠핑장 안에 티비를 설치하는 사람들을 목격했을 때다. 취향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는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나이지만, 솔직히 그 광경을 보고 '저게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캠핑장에 티비까지 들고 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치 자연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와 놓고 자연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에 사람들은 캠핑과 자연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사서 고생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민하고 찾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캠핑장에 티비까지 설치한 사람치고 사진 찍어 SNS에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들의 진짜 목적은 캠핑을 즐기는 게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갈수록 개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개성을 잃어만 간다. 틈만 나면 남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과 비슷해지려고 악착같이 애를 쓴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자주 엿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 하게 된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남들의 삶을 손쉽게 엿볼 수 있는 세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하는 것들은 다들 비슷해져 간다. 그만큼 더욱더 자신만의 또렷한 주관이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일수록 주변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강하다. 텐트를 펼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자기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현실로 드러나는 건지도 모른다. 캠핑하는 사람들은 텐트만 똑같이 펼치는 게 아니라 그에 따라오는 장비와 꾸미는 아이템 그리고 하는 것들도 다 비슷하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차에 캠핑장비가 실리고 어닝이 달리며 어느 마트를 가든 간에 캠핑용품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뻥튀기된 상품들이 즐비한다. 그러나 그 많은 천막과 장비들이 조만간 처치곤란한 애물단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시대를 주도하는 선구자들은 보여줄 만한 걸 다 보여주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걸 찾아 가져와 사람들을 홀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캠핑 이전엔 등산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도 사람들은 뭔지도 모를 고어텍스 꼬리표가 붙었다는 이유로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싼 등산복을 너도 나도 사 입고 다양한 등산 장비로 무장을 하곤 했다. 장비만 보면 히말라야도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산을 타기도 전에 등산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술을 곁들이거나, 등산을 깔짝 맛보고 내려와서는 하산주라는 명목으로 술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특별한 날을 보낸다는 기분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환경에서 술을 먹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같아 보이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차피 술 마시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쓸데없는 말만 오갈 텐데, 뭣하러 그리 비싼 돈까지 써가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까.
캠핑이라는 철이 지나면 또 다른 테마가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소비의 물결에 매번 휩쓸리는 사람들은 또 그런 기류에 휘말려서 수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득을 보는 건 남보다 먼저 앞서 간 선구자들과 시대의 흐름을 앞서 재빠르게 읽어내는 장사꾼들 뿐이다. 언제나 그 뒤를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는 거라곤 얄팍한 추억거리와 텅 빈 지갑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전부 다 개성을 잃어간다.
덕분에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주목받기 쉬운 세상이다.